한국교회를 향한 사랑
교황 취임 다음해인 2014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교회를 향한 사랑을 전했다. 브라질, 중동 지역에 이은 세 번째 방문이었다. 브라질 방문은 전임 교황 때부터 예정된 세계청년대회 참석이었고, 중동 방문은 성지를 방문하며 그리스도교 일치를 촉구했던 점을 생각하면, 방한은 교황이 사실상 처음으로 지역 교회 공동체와 친교를 나누는 사목 방문이었다.
고위 성직자 임명에서도 한국교회를 향한 교황의 각별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2014년 염수정(안드레아) 대주교를, 2022년에는 유흥식(라자로)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역대 한국인 추기경은 모두 4명으로, 그중 절반을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했다.
특히 2021년 유흥식 추기경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불러들였다. 교황의 최측근이자, 보편교회의 핵심부서 책임자에 최초로 한국교회 인사를 발탁한 것이었다.
고위 성직자만이 아니었다.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평신도 여성 독서직을 수여할 때도 수여자 6명 중에 한국인을 포함시키는 등 한국 신자들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파하는 이들 곁에
한국을 사랑한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한국 사회에서도 더 아파하는 이들의 곁으로 다가갔다.
2014년 방한 당시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유가족에게 세례를 집전하며, 노란 배지를 단 채 방한 일정에 임하는 등 세월호 참사로 고통받는 유가족과 한국의 모든 이들을 따듯하게 감쌌다. 세월호 추모 행동이 미칠 정치적 영향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세월호 유족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교황은 방한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용산 참사 피해자, 탈북자와 납북자 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한국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이후로도 이어졌다. 교황은 이태원 참사, 무안 제주항공 참사, 경북 의성 산불 등 한국 사회에 큰 아픔이 있을 때마다 위로의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한국 순교자 영성
“순교자들의 승리, 곧 하느님 사랑의 힘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오늘날 한국 땅에서, 교회 안에서 계속 열매를 맺습니다.”(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 강론 중에서)
교황은 124위 시복미사를 한국에서, 그것도 순교의 현장을 바라보면서 직접 주례했다. 일반적으로 시복미사는 교황의 대리자가 거행한다는 관례를 뒤집은 파격적인 행보였다. 교황은 그만큼 한국 순교자 영성이 맺은 열매, 한국교회를 사랑했다.
그 사랑은 2023년 더 큰 결실로 이어졌다. 첫 한국인 사제이자 순교자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의 성인상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된 것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벽감에 한 지역 교회를 대표하는 성인상이 세워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교황은 “김대건 신부님은 분쟁의 상황에서도 모든 이들을 만나고 또 모든 이들과 대화하시며 많은 이들을 위한 평화의 씨앗이 되셨다”며 “성인의 이런 모습은 한반도와 온 세상을 위한 예언”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다
교황은 끊임없이 한반도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며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염원해 왔다.
2014년 방한 당시에도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주례했고, 문재인(디모테오) 전 대통령과는 두 차례에 걸친 개별 면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에 방문할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2023년 한국 전쟁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도 강복 메시지를 보내는 등 우리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메시지와 기도를 자주 전해왔다.
특히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에 관한 내용을 담은 교황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는 한국 주교들이 한반도 평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 인용하면서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 회칙은 교황이 전 세계를 향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매우 장엄한 형식의 문헌으로, 교황 회칙에서 한국을 언급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을 향한 사랑
세계 가톨릭 젊은이들의 대축제, 세계청년대회(WYD)의 다음 개최지가 서울로 결정된 것에서도 교황의 한국 사랑, 특별히 한국의 젊은이들을 향한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사실 2014년 교황 방한이 이뤄진 것도 한국의 젊은이를 만나고자 한 교황의 의지로 성사된 일이었다. 교황은 대전교구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AYD)에 초대를 받자 흔쾌히 응했다. 지역교회의 청년대회에 교황이 참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비록 2027 서울 WYD를 참석하고자 했던 교황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교황의 사랑은 여전히 우리 안에 가득하다.
“저는 이제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할 수 있도록 강복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아시아와 전 세계에 주님의 사랑을 기쁜 마음으로 충실히 증언할 힘을 주시도록 주님께 간청합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잊지 말고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십시오.”(2014년 8월 15일 솔뫼성지, 아시아 청년들과 만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