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 절차는 청빈하고 검소하게 교황직을 수행했던 모습 그대로 진행됐다. 교황의 장례는 2024년 4월 교황의 승인으로 개정된 「교황 장례 예식서」(Ordo Exsequiarum Romani Pontificis)에 따라 품위 있으면서도 모든 다른 신자들의 장례 예식과 마찬가지로 간소하게 치러진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삼중 관 대신 아무런 장식이 없는 소박한 목관이 사용됐고, 신자들은 열린 관 안에 안치된 교황의 시신 앞에서 참배할 수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발표부터, 입관, 시신 운구, 신자들의 조문 행렬 그리고 교황이 남긴 유언을 소개한다.
교황청 궁무처장 패럴 추기경, 교황 선종 사실 발표
교황이 선종했다는 사실은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패럴 추기경이 4월 21일 오전 10시경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이탈리아어로 발표했다. 패럴 추기경은 생방송으로 송출된 선종 발표에서 “형제자매 여러분, 나는 깊은 슬픔을 안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을 발표한다”며 “오늘 오전 7시35분 로마의 주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은 전 생애를 하느님과 교회를 위한 봉사에 바쳤고,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보편적 사랑을 지향하며 충실하고 용기 있게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가르치셨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교황의 선종 원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었다. 바티칸 시국 보건국 안드레아 아르칸젤리 국장은 22일 저녁 “1936년 12월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생했고, 교황청에 거주하고 있는 교황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회복 불가능한 심부전을 일으켜 2025년 4월 21일 오전 7시35분 선종했음을 확인한다”고 작성한 서류에 서명했다. 교황청 공보부는 이 내용을 발표했다.?
교황청의 22일 발표에 따르면, 교황은 20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지는 못했지만 이날 낮 12시경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발코니에서 부활 담화(Urbi et Orbi)를 발표한 뒤 성 베드로 광장에서 약 15분 동안 교황 전용차를 타고 신자들과 몇몇 아기들을 축복했다. 이후 21일 오전 이른 시간에 혼수상태에 빠져들기 전 간병인인 마시밀리아노 스트라페티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평화롭게 선종했다.
교황의 시신을 관에 안치하는 입관예절은 21일 오후 8시 성녀 마르타의 집 경당에서 패럴 추기경이 주례했으며 추기경단 단장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교황의 가족들, 의료진 등이 참석했다. 같은 날, 교황의 선종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조치로서 패럴 추기경은 성녀 마르타의 집 출입문을 봉인했다.
교황, 유언장에서 “로마 성모대성당에 묻어 달라”
교황청은 21일 교황 선종 후 수 시간이 지나 교황의 유언을 공개했다. 교황은 2022년 6월 29일에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작성한 유언장을 통해 자신의 시신을 로마 성모대성당에 묻어 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은 또한 유언장에서 “무덤은 지면 아래 있어야 하며, 단순하고 특별한 장식 없이 ‘Franciscus’(프란치스코)라는 이름만 새겨져 있어야 한다”면서 “제 무덤을 마련하는 데에 드는 경비는 한 은인의 후원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청은 교황이 평소 가난한 이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지니고 있었던 점을 고려해 성모대성당에서 진행되는 안장예식에 가난한 이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초청했다. 교황의 장례 기간 중 성모대성당에도 많은 추모객들이 모여들었다.
관 운구 예식은 4월 23일 거행됐다. 교황청 궁무처장 패럴 추기경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교황의 영혼을 위해 짧은 기도를 바치면서 운구 예식이 시작됐다. 14명이 관을 들고 성녀 마르타의 집 경당을 나와 성 베드로 광장 등을 거쳐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제대 앞에 관을 안치했다.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있던 2만여 명의 군중들은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를 때 경건하게 박수를 치기도 했다. 패럴 추기경은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치된 뒤 말씀의 전례와 분향 예식을 주례했다. 성가대는 교황의 안식을 빌며 라틴어로 성인 호칭 기도를 불렀고, 추기경들과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여 있던 신자들은 교황의 관을 바라보며 깊은 경의를 표했다.
신자들 3~5시간 기다려 조문
성 베드로 대성당은 23일 자정까지, 24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2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신자들의 조문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25일 오후 8시에는 관 봉인 예식을 엄수했다.
교황 선종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신자들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여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 묵주기도를 바치는 등 추모 열기가 교황청을 휩쌌다. 성 베드로 대성당 수석사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이 교황 선종 당일 오후 대성당 계단에서 묵주기도를 바쳤고, 교황청 직원들은 주님 부활 대축일을 축하하기 위해 장식했던 꽃들을 거둬들였다. 감베티 추기경은 함께 묵주기도를 바친 신자들에게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하늘의 예루살렘으로 가는 출입구”라고 위로했다.
교황의 관이 성 베드로 대성당 안에 안치되고 23일 오전 11시가 조금 지난 시각부터 신자들과 시민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수만 명의 조문객들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까지 줄을 서 기다리면서 교황을 추모했고, 처음 9시간 동안에만 1만9000명이 조문했다. 조문객들이 계속 몰려오자 성 베드로 대성당은 본래 발표했던 조문 시간을 연장해 자정에서 새벽 5시30분 사이에도 조문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