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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화노동 시대, 불안정노동자 건강·빈곤 악순환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북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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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저자 이승윤 교수가 4월 26일 예수회센터에서 북토크를 진행하고 있다.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 제공


상병수당 부재로 ‘아프면 가난해지는’ 역설적 현상 초래

플랫폼·초단시간 노동 확산 속 1960년대 사회보험제도 한계

청년 중심 불안정노동 심화… 사고 나면 보호해줄 법 없어




변화된 노동 환경 속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불안정노동’을 조명하고, 제도적 한계를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수회인권연대연구센터는 근로자의 날(5월 1일)을 앞둔 4월 26일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저자 이승윤(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초청해 북토크를 개최했다. 이 교수는 ‘아프면 가난해진다’는 선행연구로 작업을 시작했다. ‘가난하면 아프다’는 기존 관념을 거꾸로 본 것이다.

이 교수는 그 원인을 ‘상병수당’의 부재로 꼽았다. 상병수당은 산재와 달리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일하지 못할 때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와 미국만 없다. 이 교수는 “아파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버티다 퇴사하고 수급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아픈 상태에서 더 열악한 곳으로 재취업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노무제공자)와 플랫폼노동자(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동하는 사람),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 무산계급) 등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2020년 조사 결과, 학습지 교사와 같은 ‘종속적 자영업자’가 전체 노동자의 9를 차지한다”면서 “일의 형태는 변하고 있지만 법 제도는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노동의 불안정성을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다.

“사회보험제도는 1960년대 도입된 사회보장법을 기준으로 만들었습니다. 규모만 포괄할 뿐 일의 형태 변화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존 제도가 일의 형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정책 표류가 길어지면 교착상태가 됩니다. 이를 흔들기 위해선 중대한 충격이 있거나 리더십으로 연대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전통적 노동 개념을 구성하던 경계가 녹아내리는 현상을 ‘액화 노동(melting labour)’이라 정의했다. 건별로 수입을 얻는 배달 노동자나 대리 기사의 경우, 이동하고 대기하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이 그 예다. 경계의 모호함은 노동 관련법에서 배제, 사회보장 보호에서의 소외, 협상력 약화, 소득 불안정성 심화 등을 가져온다고 했다.

아울러 ‘쪼개진 노동’ 상황도 조명했다. 일본의 ‘스키마바이토’(틈새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면서 “여기에는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4분짜리 노동도 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1~2시간짜리 노동이 생기고 있다”며 “이동 시간은 포함이 안 되고, 사고 나면 보호해줄 법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불안정한 노동의 중심에 청년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불안정 노동자에 관해 연구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계속 고민하게 됐습니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같은 대안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노동, 외면해왔던 이웃들의 삶을 어떻게 다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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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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