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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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걷고 기도하고] 대구대교구 성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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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중구 남산동 인쇄골목을 지나면 114년 역사를 간직한 대구대교구청을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의 낮고 짧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언덕에 다다르니 평일에도 많은 신자들이 모여 묵주기도와 십자가의 길을 열심히 바치고 있다. 동네 어르신부터 먼 곳에서 온 순례객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대구대교구 성모당이다.




기도가 이뤄지는 곳


성모 발현지로 잘 알려진 프랑스 루르드 성모 발현 동굴의 크기와 바위 모양을 본떠 지은 성모당은 대구대교구 제1주보 ‘루르드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를 모시고 기도하는 곳이다.


대구대교구 신자뿐 아니라 타지역 신자들도 많이 찾으면서 한국교회 신앙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데에는 특별한 은총으로 시작된 장소라는 사연도 한몫한다. 성모당은 설정 당시 아무것도 없던 대구대교구가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성모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운 곳이다.


1911년 4월 8일 한국교회에 대구대목구(현 대구대교구)가 설정되면서 초대 교구장으로 6월 26일 부임한 플로리앙 드망즈 주교(Florian Demange·한국명 안세화·1875~1938). 황무지 같은 임지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절박한 심정으로 성모께 모든 것을 의탁하기로 결심한다. 교구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주교관(교구청사) 건축 ▲신학교 설립 ▲주교좌성당 증축 등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세 가지 소원을 성모께 서원하고, 이 모든 것이 이뤄지면 교구의 가장 아름다운 곳에 성모동굴(성모당)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모든 사업이 계획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서원 2년 만인 1913년 주교관 건축이 이뤄졌다. 1914년에는 성유스티노신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설립했다. 그러나 주교좌계산대성당 증축에는 난항을 겪었다. 그러던 중 계산본당 보좌 소세 신부(Hippolytus Saucet·한국명 소세덕·1877~1921)가 중병을 앓아 임종 직전에 이르렀다. 드망즈 주교는 성모께 ‘소세 신부를 낫게 도와주시면 주교좌성당 증축 전에 성모당을 봉헌하겠다’고 새로 약속했다. 기적처럼 소세 신부가 건강을 되찾자 드망즈 주교는 1917년 7월부터 공사를 시작해 1918년 10월 13일 성모당을 봉헌했다. 성모당 윗부분에 있는 ‘1911 EX VOTO IMMACULATAE CONCEPTIONI 1918’이라는 글귀는 1911년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께 바친 서원이 1918년 이뤄졌음을 뜻한다.



전대사 은총 받는 성모 순례지


성모당에는 1973년 5월부터 성모의 밤 행사가 열리면서 전국적인 성모 신심의 중심지가 됐다. 지금도 매년 5월 성모 성월이면 본당별로 성모의 밤 행사가 열린다. 한국을 찾은 콜카타의 성 마더 데레사 수녀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각각 1981년과 1984년 방문하기도 했다. 1990년에는 대구시 유형 문화재 제29호로 지정됐다.


성모당은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모 순례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장되면서 더 잘 알려진 로마 성모대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과 성모당이 2009년 영적 유대를 맺으면서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에게는 로마 성모대성당을 순례했을 때와 동일한 영적 은총이 주어진다.


그러나 신자 대부분은 전대사를 목적으로 성모당을 찾진 않는다.


“시간 날 때마다 여기 와서 성모님께 제 잘못을 고백하고, 하느님께 제 기도를 전해주십사 부탁드려요.”


“마음이 정말 편안해져요. 가슴에 쌓아둔 상처와 고통도 여기에 오면 한결 편해지는 걸 느낍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와야 하지만, 그래도 자꾸 오고 싶어 자주 와요. 왠지 여기에서는 성모님께서 제 기도를 더 잘 들어주시는 기분이랄까요?”


“날씨 좋을 때 여기 만 한 곳이 없어요. 그런데 눈과 비 올 때도 운치 있고 좋아요.”


각자 다른 사연으로 성모당을 찾지만, 편안함과 영적 위안을 위해 성모께 기도하는 마음은 같았다.




◆ 순례 길잡이
  - 대구광역시 중구 남산로4길 112 
  - 미사: 월~토 오전 11시
  - 고해성사: 월~토 오전 10시~11시20분 
  - 문의: 053-250-3055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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