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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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연민을 나눌 때 내 마음도 치유된다

오현철 신부(예수회,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 의료·복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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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어느 조그만 병원 사회복지사가 “폐렴에 걸린 이주민 여성이 갓난아기를 데리고 입원해 있는데,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겠느냐”고 내게 전화를 했다. 이주민들이 평소 여권상 이름 대신 별명(닉네임)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소개받은 몽골 이주민 여성을 병원에서 만났을 때, 이전에 아기 출산문제로 우리 센터를 방문했던 분과 동일인임을 몰랐다.

그 이주민 여성이 곧장 알아보고 “신부님, 저 솔롱고(가명)예요”라고 했다. 폐렴으로 무척 수척해지긴 했지만 솔롱고씨였다. “왜 바로 센터에 연락 안 했어요?”라고 묻자 “미안해서 연락 못 드렸어요”라고 말을 흐렸다. “그나저나 남편은 어디 있어요?”라고 묻자, 남편과 최근 부부싸움을 했단다. 병원 대기실에서 그렇게 한참 대화를 이어가는 내내 솔롱고씨는 눈물을 훔쳤다.

솔롱고씨는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남편에게 속이 상해 바가지를 긁은 것이 가장 후회된다고 했다. 외국에서 남편과 어린이집 다니는 큰딸 뒤치다꺼리에, 새로 태어난 둘째 아들 육아까지 너무나 힘들었을 솔롱고씨가 이번에 아파보니 온갖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아기가 코로나인지 알 수 없는 열이 올라 엄마와 분리해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남편에게 연락을 취했고, 아기 일을 잘 처리했다. 그 사이 부부는 화해했고, 훗날 센터를 방문해 행복하게 잘 살겠다고 감사인사까지 전하러 왔다.

혹 누군가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쌍해. 그런데 당신이라는 사람은, 또는 하느님이시라는 분은 왜 가만히 내버려 두고 보고만 계신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자기연민에 빠진 것이다. 경험상 이런 식의 아프고 왜곡된 마음은 오로지 연민으로만 치료 가능하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에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변함없는 핵심 가치로 가르치고 있나 보다.

솔롱고씨가 만약 남편에게 “나보다 더 힘들지?”라고 먼저 연민의 마음을 비쳤더라면 “아니야. 당신이 나보다 더 힘들지”라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 돌아왔으리라. 지금 내가 당장 위로가 필요하다면 우선 주변 가족과 이웃에게 연민(Compassion)의 마음을 전달해보자. 그리고 나에 대한 주님의 변함없는 연민(자비와 사랑)을 잊지 않도록 늘 깨어 기도하자.



오현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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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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