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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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장애 알고 심란했던 마음까지 글로 썼죠”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 인터뷰<1>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 시인 겸 작가 안온북스 서효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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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뒷줄 오른쪽) 대표가 4일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생명 주일 미사에 참석차 가족과 함께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을 찾았다.
 

“장애 자녀 둔 부모님들
비탄에 빠지지 않았으면 해요
누구나 결핍 안고 살아갑니다
서로 빈틈 채우고 존중해야죠”



‘생명의 신비상’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구현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학술 연구를 장려하고 생명수호활동을 격려함으로써 생명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목적이다. 본지는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인문사회과학분야 장려상 서효인(요한 세례자) 대표와 생명과학분야 장려상 포항공과대학교 장진아(유스티나) 교수, 활동분야 본상 프로라이프 유럽, 생명과학분야 본상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허준렬 교수를 네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키우실 건가요?” 시인이자 작가로 출판사 안온북스를 운영하는 서효인 대표가 첫째 딸 은재를 품에 안았을 때, 의료진은 축하 인사 대신 이렇게 물었다. 은재는 보통 사람보다 스물한 번째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았다. 태어난 후에야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별 일 있어도 낳을 텐데, 굳이 산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을까?”하는 아내의 말에 검사를 하지 않은 것을 잠시 후회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서 대표는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은재는 굉장히 부지런하거든요. 새벽 6시면 이미 일어나 있어요. 엄마 아빠는 다 자고 있는데, 혼자 분주하게 TV도 보고, 체조도 하고, 책도 읽어요. 그러다 제가 일어나 거실에 나가면 가장 먼저 두 팔 벌려 맞아 줍니다. 그런데 점점 악력이 세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딸과의 포옹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 다른 아빠는 쉽게 누릴 수 없는 행복이죠.”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이 된 은재의 이야기를 전하는 서 대표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는 은재의 장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심란해했던 마음을 반성하는 의미로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2014)을 펴냈고, 책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사회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다.

25살에 시인으로 등단한 서 대표는 이처럼 생명의 소중함과 존재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사랑의 실천과 그에 대한 의지가 서린 작품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2011년 김수영문학상, 2017년 대산문학상, 2018년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했다.

생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진 배경에는 그가 자라온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서 대표는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로 이사와 어린 시절 대부분을 보냈다”며 “집 근처에 5·18 민주화운동 당시 물놀이하다가 조준사격 당해 죽은 학생에 대한 표식이 있었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레 근대사의 아픔과 상처에 관심을 가졌다”고 밝혔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김준일의 뉴스공감’을 비롯해 EBS 육아학교와 장애인개발원 팟캐스트 출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뛰놀던 성당도 창작의 영감이 됐다. 서 대표는 “집에 어려운 사정이 있거나 학교에서 부대껴 마음이 힘들 때면 항상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본당 신부님, 수녀님이 계셨다”며 “그들을 보면서 ‘좋은 사람’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했고, 이분들이 우리가 모두 같은 생명이라 생각하시고 저를 존중해준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친절에서 비롯되는 생명의 소중한 가치가 누군가를 또다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그렇게 살아가고자 애썼다.

서 대표는 “장애 자녀를 둔 가정은 사실 우리 주변에 많다”며 “드러나지 않더라도 누구나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서로의 빈틈을 채우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처럼 장애 자녀를 마주하며 힘들어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너무 비탄에 빠지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특수학교 학부모들도 보통의 가정과 다르지 않게 잘 살아가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연년생 둘째 은유가 태어났을 때 언니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도 했지만, 도리어 언니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 사회를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으로 여깁니다. 이런 모습에 큰 위안을 얻고 있죠.”

두 아이는 서 대표의 창작활동에 있어 영원한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그는 “요즘 시끄러운 우리나라를 보며 이 사회와 이웃, 공동체에 관해 본질적인 성찰을 해보고자 한다”며 “우리 아이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시집에는 공동체와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담아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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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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