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은 24절기 중 여름의 시작을 의미하는 입하(立夏)이며 어린이날이다. 어린이의 어원은 ‘어리다’이며 훈민정음에 ‘어린 백성이 니르고져’라 표현했듯이 중세 국어에서는 ‘아직 깨우치지 못하다’란 뜻이었다. 그 후 ‘어린 사람’의 의미로 바뀌고 아동 문학가인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 사람을 높여 ‘어린이’란 단어를 새롭게 만들었고 1923년에는 최초의 어린이날이 생겨났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어른보다 한 시대 더 새로운 사람입니다. 어린이의 뜻을 가볍게 보지 마십시오”라며 어린이를 존중했다.
그리스도께서도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마태 18,3-4)라고 말씀하셨다.
어린이와 어른은 무엇이 다를까? 우선 생물학적으로 몸의 크기가 다르다. 이것은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 뼈의 개수 및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2023년 독일 막스플랑크 과학수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독일·미국·영국·캐나다·스페인 국제 공동 연구진은 성인 남녀와 어린이의 세포 크기·수·질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몸무게 70㎏ 기준 성인 남자의 평균 세포 수는 36조 개, 몸무게 60㎏인 성인 여자는 28조 개, 몸무게 32㎏인 10살 어린이는 17조 개였다. 뼈의 개수도 달라 해부학적으로 20대 성인 은 평균 206개이지만 갓 태어난 신생아는 305개 정도이며 성장하면서 100여 개의 뼈가 합쳐져 단단해지며 그 수가 줄어든다.
우리말에 ‘잔뼈가 굵어지다’란 표현과 딱 들어맞는다. 이 표현은 여러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어린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잔뼈가 굵어진 만큼 어른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는 어린이보다 많다.
따라서 어른은 아이들에게 올바르고 건전한 지식을 교육할 의무가 있다.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을 아이에게 가르쳐라. 그러면 늙어서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잠언 22,6)라는 말씀처럼 어른은 어린이들의 지식이 경험을 통해 상식이 되고 올바른 인생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어린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가 그의 시 ‘무지개’에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던 것처럼 어른이 어린이에게 배울 점도 있다. 세상을 대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태도, 거짓 없이 타인과 소통하는 맑은 마음은 세속의 때가 묻은 어른이 배워야 할 점이다.
어른으로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지혜로운 어른의 머리,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눈, 그리고 꾸밈없이 타인을 대하는 어린이의 마음이다. “형제 여러분, 생각하는 데에는 어린아이가 되지 마십시오. 악에는 아이가 되고 생각하는 데에는 어른이 되십시오.”(1코린 14,20)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