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중창단 멤버들이 ‘임쓰신 가시관’ 발표 4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서울 도림동성당 마당에서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임쓰신 가시관’ 발표 40주년 기념 공연 포스터.
노래로 신앙 나누던 가톨릭대 신학대학 신학생 한자리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임쓰신 가시관’ 중)
4월 28일 늦은 오후 서울대교구 도림동성당 사제관. 세월을 품은 중후한 목소리가 기타 선율 위로 내려앉는다. 삶의 무게가 화음으로 녹아든다. 때론 흥겹고, 때론 잔잔하다. 40년 전 노래로 신앙을 나누던 가톨릭대 신학대학 ‘낙산중창단’ 신학생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머리카락은 어느새 희끗해졌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각자의 길로 흩어져 누군가는 사제가 되었고, 누군가는 아버지가 되었다. 학교를 떠난 이들이 다시 ‘낙산중창단’ 단원으로 호흡을 맞춘다. 오는 5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도림동성당에서 ‘임쓰신 가시관’ 발표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향한 축하의 의미도 담았다.
1980년대 생활성가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낙산중창단의 대표곡 ‘임쓰신 가시관’(하한주 작사, 신상옥 작곡)은 당시 전국 신학교와 본당 청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84학번이었던 신상옥(안드레아)씨는 가톨릭학생회 문화부장으로 활동하며, 단원들과 13곡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발매했다. 800개의 카세트 테이프로 제작된 이 앨범은 이후 공테이프를 통해 대량 복사되며 청년들 사이에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신앙과 음악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이번 무대에는 낙산중창단 원년 멤버 6인이 함께한다. 박정우(서울 도림동본당 주임)·최호영(가톨릭대 음악과 교수) 신부를 비롯해 생활성가 가수 신상옥씨와 지토마스·이상필(요한 사도)·안종수(요셉)씨 등 6명이 오른다. 중창단은 당시 15명이 넘는 신학생들이 활동했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부터 매달 한 차례씩 모여 연습해왔다. 이날 무대에서 ‘임쓰신 가시관’을 비롯해 당대 청년들에게 사랑받았던 ‘꽃들에게 희망을’ ‘내 마음’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신상옥과 형제들, 갓등중창단 OB가 찬조 출연해 봄밤의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
이상필씨는 “그 시절에는 휴대전화도, 놀 거리도 많지 않아 노래를 부르며 신앙을 키웠다”면서 “요즘은 볼거리·놀거리가 많지만, 당시에는 함께 노래하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었다”고 회상했다.
올해 환갑을 맞은 박정우 신부는 “청년 시절, 신학생들이 가졌던 열정·낭만· 신앙이 노래에 담겨 있다”며 “우리의 젊은 시절을 돌이켜보며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40년 전 신학생들의 열정과 신앙적인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낙산중창단은 1985~1986년 활발히 활동했지만, 수원가톨릭대 설립 이후 자연스럽게 명맥이 끊겼다. 서울 신학대학에서 공부하던 인천·수원교구 소속 신학생들이 수원가톨릭대로 옮겨가면서 생긴 변화였다. 신상옥씨는 수원가톨릭대에서 신학생들과 ‘갓등중창단’을 새롭게 결성, 그 뜻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