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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교황명 ‘레오’에 담긴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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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5월 8일 교황 선출과 함께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을 선택하며,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교회 리더십의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5월 10일 바티칸에서 열린 추기경단과의 첫 공식 연설은 레오 14세 교황이 자신이 선택한 이름의 의미를 직접 설명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교황은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를 통해 산업혁명 시기의 노동자 권리와 사회 정의 문제에 응답했던 것처럼, 오늘날 교회도 인공지능(AI)과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인간 존엄성과 노동을 지키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교황명이 바로 이러한 시대적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레오 13세는 1891년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현대 가톨릭 사회교리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산업 자본주의가 확산되던 당시, 교회는 이 회칙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노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신성한 것이며, 노동자는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는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역사적 선언으로 평가받는다.


레오 14세의 이름 선택에는 또 다른 역사적 인물의 영향도 짙게 배어있다. 바로 교회 역사상 ‘대’(大, Magnus)라는 칭호로 불린 레오 1세 대교황(재위 440~461)이다. 그는 서로마 제국 말기의 정치·사회적 혼란과 다양한 이단 사상들 속에서 정통 교리를 수호하고 교황권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451년 칼케돈 공의회에서는 그의 교서가 단성론을 배격하고 정통 신앙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으며, 훈족의 아틸라 왕과 직접 담판을 벌여 로마를 지켜낸 지도력은 지금까지 전설처럼 회자된다. 공의회 당시 주교들이 “사도 베드로가 레오를 통해 말씀하셨다”고 외쳤다는 일화는 그가 지닌 교황권의 상징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면에서 교회 안에서는 “레오 14세 교황은 단순한 이름의 반복이 아닌, 교회 역사 속에서 사회 정의와 신앙 수호에 앞장섰던 두 위대한 ‘레오’를 통해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에 상징적으로 응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오 14세의 명명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21세기 교회가 인류의 새로운 도전, 특히 AI와 기술혁명의 진전 속에서 인간성, 노동, 윤리 문제에 어떻게 응답할지를 보여주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이번 명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사회 정의적 유산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편 ‘레오’는 교황명 가운데 ‘클레멘스’와 함께 네 번째로 많이 선택된 이름이다. ‘요한’(21명), ‘그레고리오’(16명), ‘베네딕토’(15명)에 이어 빈도가 높지만, 지난 100여 년간 ‘레오’라는 이름은 사용되지 않아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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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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