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동 대학로 거리 일대가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이하 2027 서울 WYD)를 미리 체험한 청년 2만여 명의 기쁨과 환호로 넘실거렸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역조직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가 성소 주일을 맞아 5월 10일과 11일 양일간 마련한 유스 페스티벌 ‘희(熙)희(喜)희(希)’(이하 ‘희희희’)의 현장을 전한다.
미리 맛본 2027 서울 WYD
“하느님은 왜 제게 계속 고통을 주실까요?”
“고통은 하느님으로부터 온 게 아니에요. 하느님을 억울하게 만들지 말아요. 그러나 원망은 하느님한테 해도 돼요. (원망할 때) 제일 만만한 게 나를 제일 사랑하는 분이야. 다 받아주시거든.”
10일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지역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바오로) 주교가 청년들과 만나며 신앙·교리적인 질문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막힘없이 통쾌한 답을 내놨다. 청년들은 이 주교의 재치 있는 답에 박장대소를 하다가도 또 ‘하느님이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를 전하는 이 주교의 말에 진지하게 귀 기울였다. 주교가 청년들과 만나 교리를 교육하는 WYD 본대회의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교리교육’을 ‘희희희’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다.
교리교육만이 아니었다. ‘희희희’ 중에는 ‘비질’(Vigil), 고해성사, 주교단과의 미사 등 WYD 주요 프로그램이 고스란히 담겼다. 폐막미사 전야행사인 ‘비질’은 WYD처럼 밤샘기도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기도와 찬양, 성체조배와 현시로 10일 오후 9시를 지난 시간까지 이어졌고, 주교단과의 미사는 로마의 주교, 교황이 주례한 것은 아니지만, 11일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주례하는 성소 주일 미사로 봉헌됐다.
여기에 서울WYD의 영적 지향인 ‘진리’(Veritas), ‘평화’(Pax), ‘사랑’(Amor)을 바탕으로 전례, 공연, 체험 부스,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특히 종교적 경계를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프로그램으로 기획돼, 신자, 비신자를 막론하고 청소년·청년들이 서로 만나면서 영적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야말로 2027년 펼쳐질 WYD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0일 희희희에 참가한 박슬기(빅토리아·33·인천교구 여월동본당) 씨는 “다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면서 함께 기도할 수 있어서 좋았고, 또 주교님과도 친근하게 만날 수 있어 기뻤다”며 “이런 만남을 전 세계 청년들과 나눌 2027 서울 WYD가 더욱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년들을 성소로 이끌다
둘째 날인 11일, 서울 혜화동 일대는 ‘희희희’ 열기로 가득 찼다.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동성중·고등학교를 비롯해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마로니에공원까지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6차선 도로에 걸쳐 가지각색의 프로그램을 준비한 부스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성신교정 운동장에서 봉헌된 성소 주일 미사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2027 서울 WYD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 속 준비한 ‘희희희’를 통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주님의 부르심에 관심을 갖고 응답하기를 희망해본다”며 “사제 성소, 수도 성소, 결혼 성소, 독신 성소 등 하느님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부르시는 다양한 모습을 찾기 위해 모두 기도하고 성찰하자”고 제안했다.
정 대주교가 말한 성소의 다양성은 ‘희희희’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이날 미사 후 가톨릭청소년회관에서 열린 ‘OSEYO 콘서트Ⅱ’에서 수도자들이 지닌 음악적 재능을 뽐내는가 하면, 동성중 운동장 수도회 부스에서는 각 수도회가 교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야를 게임, 체험, 만들기 등 프로그램으로 녹여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된 대학로에는 ‘사랑 부스존’(AMOR)이 설치돼 신자는 물론이고 주말을 즐기러 나온 비신자들의 발길도 붙잡았다. 사랑 존에는 기후 캠페인, 청년 인식 조사, 피켓팅 등 볼거리가 참가자들을 반겼다. 특히 이경상 주교는 ‘청년 만남의 시간’ 부스에서 청년들과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주교와 만나고자 하는 청년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종교를 너머 모든 이의 축제
“‘희희희’가 뭐지? 가톨릭에서 하는 행사인가봐!”
사랑 존 뒤편, 마로니에 공원 앞 도로에서는 ‘토크콘서트 <나, 너, 우리를 노래하다>’가 열렸다. 개그맨 곽범(토마스 아퀴나스)의 능숙하고 익살스러운 진행 속 인플루언서 허성범과 보이그룹 POW, 가수 백아연, 펀치, 임한별 그리고 4대 종교 성직자들이 모인 ‘만남 중창단’이 출연했다. 콘서트는 공연뿐 아니라 청년들이 가진 취업, 연애, 종교 등 고민을 공유하고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희희희’는 교회 밖 비신자들에게도 WYD를 알리고, 사제·수도자·청년은 기도 속 고요함과 활발함이 공존하는 교회 모습을 드러내는 장이었다. 대학로에 데이트를 나왔던 연인, 가족 등 시민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축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관심을 가졌다.
이날 행사로 2027 서울 WYD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부풀었다. 참가자 청년 김한슬(마리 스피엔자·목동) 씨는 “성소 주일 같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비신자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 축제는 기존 신자들이 즐거워하는 건 물론이고 비신자들에게도 WYD를 홍보하고 천주교에 대해서도 많이 알리게 된 것 같다”며 “2년 뒤 열리는 WYD도 잘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