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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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탄생] 성 베드로 광장에 울려 퍼진 환호와 기쁨의 눈물

로마서 새 교황 발표 지켜본 성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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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둘째 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 굴뚝에서 새 교황이 선출됐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오르자 군중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있다. OSV



새 교황 발표 순간,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성직자와 수도자, 한인 신자들도 광장으로 모여와 새 교황 탄생의 역사적인 모습을 지켜봤다.




 
 
정연정 몬시뇰 / 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 원장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
새 교황이 첫 축복하자
광장은 순식간에 조용"

성 베드로 광장 주변에는 콘클라베 날짜가 공지된 후부터 언론사 기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성직자부 앞에 만들어진 스탠드형 부스 이외에 맞은편 주교부 앞에도 기자들이 장사진을 쳤습니다. 광장에서 ‘천사의 성’으로 연결되는 ‘화해의 길’에는 대성당을 배경으로 좋은 화면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명당 자리를 선점하느라 경쟁이 뜨거웠습니다. 기자들은 취재에 응할 대상들을 섭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일반 군중들도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거나 나름대로 특종 사진을 만들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새 교황이 선출되기까지의 기다림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이 공식화된 때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황좌의 공석(Sede vacante)은 그 자체로 ‘슬픔과 절망’입니다. 9일 동안의 애도 기간인 노벤디알리(Novendiali)를 지내면서 더 이상 공석이 아닌 ‘채워짐(Sede piena)’에 대한 기대가 점차 고조됐습니다. 콘클라베 시작 전날까지 열두 차례의 추기경단 전체회의에 참석하러 회의 장소인 시노드홀로 향하는 추기경들에게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광경이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기자들이 에워싸면 추기경의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고 ‘빨간 주케토’만 보였습니다. 새 교황이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가톨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에 희망을 전해주는 새 교황 선출을 바라보는 벅찬 기다림이 빚은 현상이었습니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 선출 때와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님 선출 때에는 성 베드로 광장에 태극기가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5월 8일 레오 14세가 새 교황으로 선출된 날에는 광장 곳곳에 크고 작은 태극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격세지감을 실감했습니다. 이는 로마에 유학 중인 성직자와 수도자·신학생뿐만 아니라 거주하는 한국인의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마침 ‘세계 여자수도회 총장회의(UISG)’ 참석차 로마에 온 한국인 수도자들도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새 교황 레오 14세가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성 베드로 광장에는 5만 명 정도가 모였습니다. 도미니크 맘베티 수석 부제 추기경의 새 교황 선출 선포 때 군중들의 환호와 박수가 광장을 채웠습니다. 새 교황이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첫 마디를 떼자 광장은 순식간에 조용해졌습니다. 이어진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첫 강복 때 광장은 적막한 고요로 바뀌었습니다. 새 교황의 첫 축복으로 온몸에 전율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왔습니다. 레오 14세의 첫 축복 앞에 신자와 비신자의 구분은 없었습니다.

콘클라베에 참석한 아프리카의 추기경이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양 냄새 나는 목자’로 표현했고, 12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교황직을 수행했습니다. 레오 14세가 페루에서 주교로 사목할 때 작은 말을 타고 산골을 찾아갔던 모습과 엘니뇨로 인한 수해 때에 긴 장화를 신고 현장에 달려갔던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정말 ‘예수님의 마음을 지닌 사목자’가 교황으로 선출되는 하느님 섭리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한현택 몬시뇰 /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개별교회부서 국장

"지난해 부서 총회서 뵌 교황님
해진 양복 차림의 단정한 모습
지혜롭고 겸손·검소한 느낌 인상적"

8일 저녁 6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시스티나 경당에 세워진 굴뚝에서 마침내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저는 그 기쁜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성 베드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약 40분쯤 걸어 성 베드로 광장으로 진입하는 ‘화해의 길’(Via della Conciliazione)에 들어섰을 때, 이미 새 교황님의 선출을 기다리는 인파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는 질서와 평온함이 느껴졌고, 얼굴에는 기대와 기쁨이 넘쳐 흘렀습니다. 마침내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시고, 온 세상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힘있게 선포해 주셨습니다.

레오 14세 교황님께서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수도자이시며, 페루에서 오랜 시간 민중들과 함께하신 선교사이십니다. 그분을 처음 뵈었을 때 가난한 이들을 섬기며 본당 신부님으로 헌신하신 선교사를 새 교황님으로 뽑아주신 하느님 섭리에 깊은 감사를 드렸습니다.

지난해 8월 말 복음화부에서 ‘부서 임시 총회’가 열렸습니다. 부서 위원이셨던 로버트 프레보스트 추기경님(레오 14세 교황)을 가까이서 뵙고 그분 말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추기경님께서는 경청하는 분이셨고, 본인 발표 차례가 되셨을 때에는 혜안이 담긴 말씀을 나눠주셨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추기경님의 옷입니다. 1박 2일간 총회 기간 내내 입으신 검정 양복은 단정하고 깨끗했지만, 오래 입으신 옷처럼 약간 해져 있었습니다. 참으로 겸손하시고 지혜로우시며 검소하신 추기경님이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교황청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정에서 다시 한 번 추기경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생각하며 성당에 들어섰을 때, 홀로 성당 의자에 앉아 기도하고 계신 추기경님을 뵈었습니다. 그때 기도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걸어 추기경님과 다섯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도했던 기억이 납니다. 추기경님을 뵐 때마다 품위 있으시고 영성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교사 출신이신 새 교황님께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아버지로서 예수님의 교회를 잘 이끌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착한 목자 레오 14세 교황님을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김성수 신부 / 교황청 복음화부

"퇴근 후 성 베드로 광장 가는 길
흰 연기 피어올라
운 좋게 맨 앞줄서 새 교황 환영"

교황청 복음화부에서 같이 근무하는 신부님과 퇴근 후 바로 성 베드로 광장으로 향하는 중이었습니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흰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광장 앞에는 교황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돼 있었는데, 운이 좋아 맨 앞줄에 서서 새 교황님을 환영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프레보스트 추기경님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언론에서 들어온 유력 후보의 이름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곧 그분께서 선택하신 레오 14세라는 교황명은 많은 사람의 환호와 박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레오라는 이름을 들으면, 5세기 로마를 두 차례나 이민족들의 침략에서 구해낸 레오 1세 대교황, 1800년대 후반 극심한 양극화와 노동자들의 처우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첫 번째 사회교리 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을 반포하신 레오 13세 교황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레오의 뜻인 ‘사자’는 굳건한 신앙과 진리를 수호하는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교황님의 첫 메시지에 가장 많이 등장한 ‘평화’라는 단어, 레오라는 교황명이 떠올리는 이미지들, 선교사이자 목자로서 새 교황님께서 살아오신 삶을 돌아보면 성령께서 왜 이분을 교황으로 택하셨는지 깨닫게 됩니다. 언론에서는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지 않았던 분이지만 하느님께는 그분 섭리 안에서 일어나는 필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교회의 최고 목자를 가장 필요한 순간에 우리 앞에 보내주셨습니다.

교회가 누구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고자 노력하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고통받는 사람들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분과 친밀하게 지냄으로써 이 세상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하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교황님께 하느님께서 당신 축복을 가득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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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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