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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페루 사람’으로 아버지 같은 분… "겸손하고 착한 목자"

[새 교황 탄생] 레오14세 교황의 페루에서의 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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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엘니뇨로 인한 홍수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수해 현장을 방문한 프레보스트 주교가 이재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치클라요교구 제공


2013년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임기를 마치고 로마를 떠나 미국 시카고관구로 돌아온 프레보스트 신부. 관구 양성 책임자 겸 관구장 대리를 지내던 그는 이듬해 정든 ‘제2의 고향’ 페루로 다시 가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3일 페루 치클라요교구 교구장 서리로 임명해서다.
 
주교 문장

2014년 12월 12일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프레보스트 신부는 치클라요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주교품을 받았다. 사목표어는 ‘In Illo Uno Unum(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의미하는 백합과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문장(닫힌 책 위에 놓인 화살에 꿰뚫린 불타는 심장)이 새겨진 문장은 제267대 교황이 된 뒤에도 사용하게 됐다.

2015년 페루 국적을 취득한 프레보스트 주교는 그해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제4대 치클라요교구장으로 사목했다. 2018년 페루 주교회의 제2부의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2018년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주교(레오 14세 교황)가 교구민들로부터 63번째 생일을 축하받고 있다. 치클라요교구 제공

프레보스트 주교는 국민 정서와 문화를 잘 이해하는 ‘진정한 페루 사람’으로 교구민과 동고동락했다. 단골식당에서 전통음식 세비체를 즐겼으며, 페루 프로 축구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신자들도 겸손하고 검소한 착한 목자를 사랑하고 따랐다. 늘 곁을 지킨 사제와 수도자들도 “말을 많이 하기보단 듣길 즐기시던 분. 다가가기 쉬우며, 찾아오는 이들을 항상 따뜻이 반기는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첫 교황 강복에서 치클라요교구에 스페인어로 인사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특히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관심이 컸던 프레보스트 주교는 가장 외딴 곳, 빈민가에 자주 들러 손길을 내밀었다. 여성과 청소년·장애인·성폭력 피해자 등 소수자와 약자를 보살피며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2017년 엘니뇨로 홍수가 나자 수해 지역을 방문, 장화를 신고 진흙 속을 누비며 이재민을 돕고 위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자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를 돕기 위해 교구 카리타스와 산소공장 2곳을 사들여 가동했다. 이른바 ‘희망의 산소 캠페인’이었다.
 
2014년 12월 12일(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 치클라요교구 주교좌 성당에서 주교품을 받은 교구장 서리 프레보스트 주교. 치클라요교구 제공
 
2024년 교황청 주교부 장관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페루 전통 복장을 입은 신자들과 함께 치클라요교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출처=페루 Andina(사진 Paul Sunción)
프레보스트 주교는 2020~2021년 페루 치클라요교구장 겸 카야오교구 교구장 서리 시절, 격주로 800㎞ 거리를 밤새 운전해 왕복하며 두 교구를 살뜰히 챙겼다. 1년간 보좌한 카야오교구 총대리 후안 데 로하스 신부는 “매우 열정적이고 친근했던 분으로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교구민을 돌보셨다”고 회상했다.

프레보스트 주교는 2022~2023년 페루가 반정부 시위와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화해와 평화를 촉구하며 페루 주교단과 시민들을 지켰다. 그러던 중 2023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 대주교로 승품했다. 아쉬움을 안은 채 치클라요교구를 떠나는 프레보스트 대주교에게 페루 주교회의는 최고 영예인 성 투리비오 데 모그로베호(페루 수호성인) 훈장을 수여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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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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