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명이 ‘레오’로 선택된 것은 레오 13세(재위 1878~1903) 이후 122년 만이다. 새 교황은 선출 즉시 존경하는 성인 혹은 선대 교황의 의지를 따르는 의미에서 교황명을 택하는데, 레오 13세와 무관치 않다. 라틴어 레오는 ‘사자’를 뜻한다. 교회에서 강인함과 용기·리더십을 상징한다.
교황청 마태오 브루니 공보실장은 “교황님께서 선출되신 뒤 첫 말씀으로 ‘비무장과 무장해제’를 언급하셨다”면서 “레오 13세를 생각하시며 교황명을 정하셨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는 1891년 레오 13세 교황이 작성한 회칙으로 최초의 사회교리로 유명하다.
레오 13세 교황은 ‘가톨릭 사회교리’의 아버지로 불린다. ‘노동헌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사태」를 통해 노동집약적 자본주의와 국가중심적 사회주의를 비판했다. 레오 13세 교황은 이 회칙에서 △산업혁명 후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 △빈곤과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 △국가·자본가·노동자·교회의 역할 등을 제시했다. 이에 가톨릭의 사회 참여와 현대화를 이끈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레오 14세 교황은 10일 직접 레오 13세 교황의 전통을 잇는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레오라는 이름은 인간 존엄성과 사회 정의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반영한다”며 “(교황명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급변하는 세상의 도전과 그 안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를 굳건히 바라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부 시대 가장 위대한 교황으로 평가받는 레오 1세 교황(재위 440~461)은 교황 중의 교황인 ‘대교황’으로 불린다. 칼케돈 공의회를 통해 이단을 단죄하고, 훈족의 침략을 막아 로마를 지킨 인물이다. 레오 2세 교황(재위 682~683)은 콘스탄티노플 공의회 결정을 받아들여 단의설(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의지만 인정하고 인간적 의지를 부정)을 이단으로 선포했고, 레오 4세 교황(재위 847~855)은 사라센 해적 공격 이후 ‘레오의 벽’을 건설하고 격퇴하는 등 교회를 수호했던 역대 레오 교황들의 면모 또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