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낸 후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들을 바라보며 두 팔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OSV
한국 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회장 유덕현 아빠스와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나현오 수녀 등 한국 교회 수도자와 청년, 일반 신자들도 새 교황 탄생 축하 인사를 본지에 보내왔다.
유덕현 아빠스 “삶으로서 참된 사람의 길 알려주시길”
유덕현 아빠스는 “동네 아저씨 같은 평범하고 친근한 외모를 가지셨기에 선대 교황님과 큰 차이가 없어 당황스럽지 않아 더욱 좋다”며 레오 14세 교황의 탄생을 축하했다.
유 아빠스는 “페루에서 오랫동안 가난한 사람들과 지내오신 연륜이 교황님의 얼굴에 드러나는 듯하다”며 “미국 태생이지만 가무잡잡한 얼굴에 평범한 모습이 교황님 삶을 이야기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부디 지금까지 사신 것처럼 저희를 이끌어주시길 기도드린다”며 “저희에게 참된 사람의 길을 교황님의 삶으로서 가르쳐주시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나현오 수녀 “빛과 희망을 전하는 사랑의 사도 되시길”
나현오 수녀는 “하느님 뜻대로 선출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 한국 여자 수도자들의 순명과 사랑을 전해드린다”며 “어두운 이 땅에 빛과 희망을 전하는 사랑의 사도가 되시길 기도드린다”고 축하했다. 나 수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시작하셨던 시노드 정신을 이어받아 교회 내에서 모든 하느님 백성들이 고유한 역할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특히 여성 수도자들이 끝까지 십자가 아래 계셨던 성모님처럼 취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예언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주시길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오현주 주교황청 한국대사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 계승 의지 느껴”
오현주(그라치아) 주교황청 한국대사도 본지에 “우리나라 600만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레오 14세 교황께서 선출되신 것을 축하한다”며 “프란치스코 전임 교황의 선종으로 슬픔과 애도의 분위기가 가득했던 성 베드로 광장이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와 함께 기쁨과 환호로 가득 차는 것이 매우 감동적”이라고 전했다.
오 대사는 “새 교황께서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재직하실 때 대사 부임 인사차 뵌 적이 있다”며 “신중하고 절제된 모습 뒤에 온화하고 소박한 성격을 지니신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대화와 만남으로 다리를 놓아 세계인이 평화로운 한 민족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교황님 말씀은 항상 약자와 빈자의 편에 서서 세계 평화와 인류 공동선을 위해 헌신하셨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지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리스도의 사랑 증언하며 살아가는데 힘과 영감 줘”
한국 천주교 평신도 사도직 단체협의회 안재홍(베다) 회장도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을 대표해 축하 인사를 전했다. 안 회장은 “교황님께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고 인사하시며 첫 강복을 전해주셨을 때 큰 기쁨과 함께 새 희망의 빛을 보았다”면서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어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씀을 통해 우리 모두가 복음의 다리가 되어 서로를 이어주는 소명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교황님께서 오랫동안 페루 등지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며 살아오신 여정은 복음의 정신이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이라며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진 이들과 함께 걸어오신 교황님의 삶은 평신도들이 가정과 일터,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언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데 큰 힘과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에 한국을 방문하시어 전 세계 청년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하느님 말씀과 교회의 사랑을 전해주시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한국 지부는 “레오 14세 교황님은 교회 역사상 첫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 교황”이라며 “첫 인사에서 ‘저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아들, 곧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회원’이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목자를 보내주셨다는 것을 믿는다”며 “우리의 목자이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하느님이 맡기신 직무를 잘 수행하실 수 있도록 기도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 교황님을 친구로 맞을 준비 돼 있다”
생활성가 ‘열일곱이다’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추준호(예레미야)씨는 “교황님께서는 선교사로 오래 사셨고 특히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하셨으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에 오시면 집처럼 느끼시면서 기쁘고 편안하게 지내고 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추씨는 “교황님 즉위 후 첫 WYD를 서울에서 맞이하게 돼 무척 행복하다”며 “우리 청년들은 교황님을 친구로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성령께서 이 시대에 맞게 역사하셨다는 것 절감”
일반 신자들도 새 교황 탄생에 한목소리로 기뻐했다.
문혜순(가타리나, 서울 길음동본당)씨는 “레오 14세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감사와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왔고, 성령께서 이 시대에 맞게 역사하셨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레오 13세 교황님께서 노동법의 근간을 세우신 것처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유지를 받들어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진정한 평화와 인간 존엄을 위해 헌신하시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영(클라우디아, 60, 서울 명동본당)씨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존경했던 입장에서 교황님께서 전 세계에 다리를 놓으려고 노력하시고 교회 밖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면서 “전임 교황님의 영성을 이어받아 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 종교 지도자들 “평화·연대·포용 기대”
타종교 지도자들도 축하와 함께 기대와 바람을 내비쳤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교황이 되신 프레보스트 추기경께서 특별히 첫 연설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내신 것에 감사를 표한다”며 “세계 가톨릭교회가 더욱 공고히 이웃과 주변부를 돌보면서 모두를 위한 교회, 모두를 포용하는 교회로 하늘과 세상을 잇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9일 “교황으로 선출된 것을 한국의 모든 불자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라는 첫 메시지와 같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더욱 다가가고자 하는 새 교황의 평화와 연대 정신이 온 세계에 널리 닿기를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이어 “레오 14세 교황의 기도가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큰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도 “가톨릭 신자들과 전 세계에 평화와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며 “첫 미국인 교황 선출은 시대의 변화와 다양성을 포용하는 세계 종교의 새로운 기점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다.
한국 정교회 조성암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도 “로마 가톨릭교회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지극히 거룩하신 레오 14세 교황님께서 하늘로부터 오는 힘을 받으셔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셨던 교회 일치와 인류의 선을 위한 사목을 지속해 나가시기를 기도드린다”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