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택 대주교가 7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에서 열린 전장연 관계자와의 대화 자리에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7일 교구장 접견실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관계자들과 만나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 4월 18일 서울 혜화동성당 종탑을 점거한 민푸름·이학인 전장연 활동가에 대해 정 대주교가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직후 이뤄졌다. 종탑 점거의 원인이었던 탈시설 정책과 관련해 대화의 자리를 만들자는 정 대주교의 제안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이날 만남에는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정영진 신부와 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 문화홍보국장 최광희 신부를 비롯해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박경인 공동대표, 박초현 서울지부 대표 등이 함께했다.
정 대주교는 탈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가톨릭교회는 인권과 자기 결정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며 큰 틀에서 전장연과 근본적 지향점은 다르지 않다”며 “그 안에서 차이점들을 조율하고 서로 존중하며 대화해 나가면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며 탈시설을 통한 권익 향상을 지지한다”며 “무연고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당사자와 가족의 의사를 존중하며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면적이고 강제적인 탈시설은 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경석 대표는 “우리 역시 주교회의 측과 대화로 풀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않아 농성이 길어졌던 것”이라며 “이번 만남이 큰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호응했다. 또 박경인 대표와 박초현 대표는 시설에서 살면서 겪은 경험을 편지 형식으로 작성해 낭독하고 정 대주교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정 대주교는 이번 만남 외에도 2022년 9월, 2023년 2월·11월 세 차례에 걸쳐 전장연과 만나 탈시설·장애인 이동권 관련 문제에 대해 논의하며 교회 입장을 전달하는 등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