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전소영(아녜스) 음악감독과 한우리오케스트라 단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에서 연습하고 있다.
발달 장애인으로 구성된 한우리오케스트라 7년째 이끌어온 지휘자 전소영 음악감독 인터뷰
다음 달 공연 앞두고 연습 한창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우리정보문화센터. 발달·자폐 장애인으로 구성된 한우리오케스트라는 다음 달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을 불과 한 달 정도 남겨두고 담금질에 한창이었다. 지휘자 전소영(아녜스) 음악감독의 호된 지적도 이어졌고 그의 손끝에 방금 전까지 방긋 웃으며 떠들던 단원들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단원들의 연주 실력은 발달장애인 연주자로 구성됐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프로’다웠다.
지휘자인 전소영 감독은 7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다. 처음에는 그도 “합을 맞추는 게 조금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단원들이 있어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전 감독은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일상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음악으로 소통한다기보다 일상 얘기를 주로 했죠. 영화나 명절에 어디 다녀왔느냐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공감대를 형성했어요. 특별히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다르게 대하지는 않았고, 단원들에게 한계를 두지 않았어요.”
이런 노력이 통한 걸까. 전 감독과 단원들은 이제는 눈만 봐도 서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전 감독은 “표현하기 어렵지만 단원들이 저에 대해 다 파악했다”며 “제가 느낀 전부를 이해해 조금만 얘기하더라도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 줄 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연습을 할 때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적을 많이 한다”며 “때론 채찍을 너무 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고 했다. 단원들은 무대 입장연습만도 수백 번은 족히 할 정도로 의욕을 불태운다. 그들도 전 감독의 더 잘하고 싶다는 ‘진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한 친구는 잘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는데, 공연이 끝나고 관객분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면 눈물이 맺혀 있다”고 설명했다.
한우리오케스트라 지휘자 전소영(아녜스) 음악감독.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제공
한우리오케스트라는 실력을 입증하듯 2017년 창설 이래 현재까지 200여 회에 달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국립극장과 명동대성당·예술의전당과 청와대에서도 현란한 연주를 펼쳤다. 전원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임에도 타 악단과 비교해 손색이 없었다. 수많은 공연 중 바리톤 고성현, 국립오페라단, KBS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업도 해냈다. 전 감독은 “단원들은 낯선 이와의 공연도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하나 된 앙상블을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해외공연까지 꿈꿀 정도로 성장했다.
단원들은 동료를 넘어 친구·가족이 됐다. 전 감독은 “사회성이 좋지 않은 단원들도 있고, 4년 정도는 한마디도 안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같이 적응하면서 사회성이 생겼다”며 “(그 단원이) 옷을 예쁘게 입고 왔다고 서로 칭찬하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커피숍도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서운하다기보다 단원들 스스로 가족, 내 친구라고 느끼니 기적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통하자 단원들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전 감독은 공연할 때면 “관객의 분위기는 제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어쩔 때는 ‘장애인으로 구성됐어?’라고 수군거리고 되묻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전 감독과 단원들의 꿈은 뭘까. 전 감독은 “저나 단원들 모두 바티칸에서 공연하고 싶어한다”며 “2년 뒤 서울 세계청년대회에서도 공연을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소망했다.
“보통 우리는 발달장애인이나 자폐증을 겪는 이들을 대할 때 이상하고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시각은 달라져야 해요. 그 사람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존중한다면 세상이 좀더 어우러지지 않을까요. 조금 다르고 조금 늦을 뿐, 틀린게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