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일의 제2독서는 요한 묵시록의 말씀이다. 묵시록은 신약성경의 유일한 예언서다. 구약 성경에는 이사야서·예레미야서·애가·에제키엘서·다니엘서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을 대예언서(Major Prophets)라고 한다. 소예언서는 네비임(히브리어 ?????????)이라 불리는 히브리의 예언자들에 대한 책으로, 대예언서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길이가 짧기 때문에 이렇게 분류된다. 개신교에서는 묵시록을 계시록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책의 저자가 요한 사도라 믿고 있었지만, 현대 신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요한 묵시록의 저자를 ‘파트모스섬의 요한’이라고 부르며, 이 책이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기원전 81~96)의 통치 시기에 집필된 것으로 추측한다.
도미티아누스는 자신을 주님이자 하느님(Dominus et Deus)으로 호칭한 독재자이자 폭군이었고, 당연히 황제 우상화에 반대한 그리스도인들은 심한 박해를 받았다. 이 시기에 저작한 묵시록은 선악 간의 지속적인 투쟁, 올바른 뜻과 신앙을 위한 선한 싸움을 지속하라는 용기를 담고 있지만, 조금만 달리 해석해도 교리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극도의 조심성이 요구된다.
음악에서도 작곡가가 다른 사람으로 잘못 알려져 오랜 시간 방치된 작품이 많다. 주로 주요 작곡가들의 이름으로 잘못 알려진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유명 작곡가의 이름으로 발표해야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출판사의 농간과 무명 작곡가의 작품을 대중이 지레짐작해 혼동한 경우다.
영화 ‘접속’의 사운드트랙으로 인기를 끈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집 중 미뉴에트 G장조’가 대표적이다. 귀엽고 아름다운 이 짧은 곡은 바흐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크리스티안 페촐트를 비롯해 원곡자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이후 수많은 음악가가 편곡해서 연주했으며 품위있는 선율에 많은 이가 감동했다. 여기서는 기타 연주로 들어보자.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선율을 더욱 영롱하게 빛내 주는 기타의 음색에 주목해 보시기 바란다.
장대건이 연주하는 안나 막달레나를 위한 소곡집 중 미뉴에트 G장조
//youtu.be/kkONp_5slb8?si=yQdZMKp2bHFylj51
하이든의 작품으로 여겨졌던 ‘두 개의 호른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도 같은 경우다. 오랫동안 하이든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음악학자들이 부여한 하이든 고유 작품번호까지 있었으니, 다른 작곡가의 작품이라고 밝혀진 것이 오히려 놀랍다. 이 곡의 작곡가로 다시 알려진 사람은 보헤미아의 로제티(Antonio Rosetti)로 특히 관악기를 위한 협주곡을 많이 남겼다.
이 작품의 주제·구조·악기편성을 분석하면 로제티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 곡은 ‘하이든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왔던 로제티의 협주곡’으로 많이 소개된다. 우아하고 매력적인 주제가 돋보이지만 하이든의 작품이라고 여겼을 때의 감정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명품 효과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로제티 두 개 호른을 위한 협주곡
//youtu.be/T1-OkEXkp_k?si=IctLjym4J8Gpbz3E
류재준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