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해주었다. 불을 이용하게 된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켰으며 사상과 예술을 발전시켰다. 인간이 실제 프로메테우스에게 불을 전해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불의 사용은 인간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존재로 끌어올렸다.
그렇다면 인간이 최초로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학자들은 약 14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살던 구석기 시대에 번개나 화산에 의해 자연 발화된 불을 인간이 최초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불은 자연에 지배받던 원시 시대의 인류가 자연을 극복하고 다른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의 사용은 밤의 어둠을 몰아내 인간의 활동 시간을 늘리고, 사냥감을 익혀 소화에 필요한 신체 에너지 소비를 줄여주는 등 삶의 방식뿐 아니라 문명의 진보에 큰 역할을 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은 불을 길들임으로써 무한한 잠재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18세기 증기기관에 의한 산업혁명은 인간이 불을 길들임으로써 이룩한 대표적 사건으로 증기기관에는 석탄의 연소 반응이 이용되었다. 연소란 물질이 산소와 빠르게 결합하며 빛과 열을 내는 화학반응이다. 인간이 빛과 열을 얻기 위해 사용한 전통적 연료는 나무나 짚으로 탄소·수소·산소로 구성된 유기물이며 석탄은 탄소로만 이루어져 있다.
현대적 연료인 석유나 천연가스(LNG), 액화 석유가스(LPG)는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 연소 과정에서 충분한 양의 산소가 공급되면 완전 연소가 일어나 연료 속 원소들은 이산화탄소와 물(수증기)을 생성해 거의 투명하거나 흰색인 연기가 발생한다. 하지만 산소의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연소 시 온도가 낮은 경우에는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 일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연료 속 탄소가 미세한 입자 상태로 공기 중으로 나와 그을음과 검은색 연기가 발생한다.
연기는 멀리서도 눈에 잘 보이기에 유·무선 통신이 발달하기 이전 시대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었다. 적의 침입 같은 국가적 큰 사변이 있을 때 연기나 불빛으로 멀리 있는 곳까지 신호를 전달했는데 이를 봉화(烽火)라 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봉화의 사용은 기원전 중국 주나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의 경우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옛사람들이 봉화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주목한 것처럼 콘클라베 직후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색에 전 세계 사람들이 주목한다. 연기 발생법은 비공개이지만 과거 교황 선출 시 흰색 연기는 난로 속에서 투표용지를 완전 연소시켜 만들고, 미선출 시 검은색 연기는 축축한 짚을 함께 태워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베네딕토 16세 교황 선출 때부터는 화학약품을 사용해 연기 색을 더 명확히 하고 있다.
콘클라베 직후 흰 연기를 내듯 우리는 일상에서 마음속 양심의 난로를 지피고 자신의 위선·불경·태만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불신과 미움을 모두 완전히 연소시켜 흰 연기를 내야 한다. 그릇된 생각과 행동들이 내 속에서 불완전 연소하여 검은색 연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느님께 청해야 할 것이다.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