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한국가톨릭문학상 제정 이후 27년간 운영과 심사에 참여해 온 구중서(베네딕토) 문학평론가가 운영위원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다.
가톨릭신문사는 5월 22일 서울 명동 로얄호텔에서 열린 제28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시상식에 앞서 한국 가톨릭문학 발전에 헌신한 공로를 기리며 구중서 평론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구중서 평론가는 “오랫동안 여러 글을 기고하며 교류해 온 가톨릭신문은 친근하고 안방처럼 편안한 공간인데, 임무를 내려놓는 자리에서 두터운 정을 나눠 주시니 과분하고 감사할 따름”이라며 “행복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내려선다”는 소회를 밝혔다.
“1998년 당시 신달자 시인이 가톨릭신문사에 다녀와 한국가톨릭문학상 제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구상 시인, 신달자 시인과 함께 저도 운영·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고 하더군요.”
한국가톨릭문학상 제정은 뜻밖이었다. 가톨릭교회가 문학상이라는 구체적인 ‘나눔’을 통해 문단과 직접 호흡하려 한 시도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1930년대, 신자인 정지용 시인은 가톨릭잡지 「가톨릭청년」 편집을 도우며 문단의 9인회 그룹을 초청해 그들의 작품을 싣는 등 당시 모더니즘 문학의 중요한 거점을 형성했다. 그러나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제정하고 상금을 수여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본격적이고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기꺼이 의욕을 내서 운영에 참여했고, 우선 문단 중심부의 대표적 계층에 문학상을 알리며 소통했다.
이렇게 당시를 회상한 그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이 수상 대상에서 가톨릭 신자 여부를 따지지 않고 문학성 그 자체를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현대 교회는 이미 폐쇄적인 교조주의를 벗어나 있었기에 문단과의 소통도 열린 시각으로 가능했습니다.”
심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기준이나 원칙은 “도식적인 잣대나 기준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가톨릭교회의 양식과 품격이 지켜지도록 한 것"이었다. “가령 1945년 해방 직후부터 나타난, 이른바 순수문학 계열의 퇴영적 감상이나 허무 의식 또는 서구적 분석주의 내지 해체 의식에 기반한 난해한 문학 경향에는 거리를 뒀습니다.”
그는 “문단의 기존 인습인 권위 의식에도 추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원로 김남조 시인이 제17회 수상자로, 최다 독자층을 지닌 이해인 수녀가 제26회 수상자로 선정된 사례는 심사진의 잠재적 주체 의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는 “문학예술은 현대 세계 안에서 인간의 위치를 발견하고, 보다 나은 운명을 개척하려는 노력"이라며, “한국가톨릭문학상 운영위원회가 교회의 사목 현장과 더욱 긴밀히 연결되어 가톨릭문학의 본질을 함께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신자 문학인들의 소명 의식도 강조했다. “1960년대 이래 문학의 사회 참여와 리얼리즘을 지향한 문학평론가로서, 사회 참여는 단순한 이익의 쟁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적 역할 분담이며 이는 현대 가톨릭 신앙과 상통한다는 것을 내면적 가치관으로 지켜왔다”며 “앞으로 신앙을 지닌 문학인들은 보편적 가치를 심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문학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장을 역임한 구중서 평론가는 다수의 문학비평서와 시조집 외에도 「김수환 추기경 평전: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용서하세요」, 「한국천주교문학사」 등 교회 관련 서적을 출판했다. 1988년 요산문학상, 2020년 구상문학상 특별상, 2023년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