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주 사목에 파견된 전국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그리고 실무자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신부님께서 자신의 과거 남수단 선교 체험을 나눠주셨는데 인상적이었다.
위험 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 보면, 서로 안부를 묻는 자리에서 무심코 누가 더 위험한 곳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며 고생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게 되고, 분위기가 의도치 않게 뽐내는 방향으로 흐를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번은 가만히 듣고 계시던 30년 차 경력의 어느 선교사 수녀님께서 자신은 “아무런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삶 속에서 주님의 자비하심으로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어 그저 감사하다”고 담백하게 나눠주셔서 많은 분이 부끄러움을 느끼셨다고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어떤 사도직이 다른 사도직보다 더 바쁘고, 어렵고, 위험한 것이라고 해서 무슨 대수이겠는가. 중요한 것은 ‘사도직(또는 봉사 현장) 안에서 나와 공동체가 어떻게 하느님을 만났는가?’일 것이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계신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1코린 1,27-29)
우리는 본능적으로 약함보다는 강함에 더 끌리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꼭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 그것은 첫째로 잠시 가난한 처지에 있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들일 테고, 다음은 우리보다 먼저 이들을 선택해주신 주님일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도 이주민들을 위한 여러 활동들(노동상담, 의료 및 복지상담, 쉼터 제공, 한국어 교실)부터 소개하는데, 이것들은 모두 나와 이주민들이 만나기 위한 매개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센터를 찾는 봉사자들에게도 이것만큼은 꼭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이주민들과의 만남이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나누시고자 하시는 재능은 그 다음입니다. 이것들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현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