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레오 14세 교황은 인공지능을 인류가 직면한 중대한 과제로 언급했습니다.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AI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국내에선 대선을 앞두고 AI 관련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경제 중심이자 기술 낙관주의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혜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최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입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쿠데타로 집권한 부르키나파소 이브라힘 트라오레 임시 대통령을 축복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교황의 첫 기자회견 영상을 AI 기술로 조작해서 만든 가짜입니다.
교황도 딥페이크의 피해자가 되는 현실.
공교롭게도 교황은 이 기자회견에서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류의 윤리와 연결된 도구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 / 5월 12일 기자회견>
“AI가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책임감과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AI에 관심이 깊은 레오 14세 교황은 추기경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AI를 언급했습니다.
“AI가 인간의 존엄성과 정의, 노동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면서, 교황명인 ‘레오’가 이러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황은 “레오 13세 교황이 회칙 「새로운 사태」를 통해 산업혁명 문제에 응답한 것처럼, 지금 교회는 인공지능 시대에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챗GPT와 딥시크 등 인공지능이 일상과 산업을 파고들면서,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적인 화두가 된 AI.
우리나라 조기대선에서도 AI 관련 공약 경쟁이 뜨겁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AI 3대 강국을 목표로 1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내세우면서, ‘한국형 챗GPT’를 통해 국민 모두 AI를 무료로 쓰게 하겠다는 공약도 내놨습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도 AI 산업 육성을 위해 민관합동펀드 100조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청년 인재 20만명 양성, AI 유니콘 기업 지원 등을 내걸었고, AI 산업에 필수적인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을 활용하겠다는 공약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AI를 10대 공약으로 걸진 않았습니다.
다만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정비하고,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하며, AI 전략을 책임지는 ‘전략부총리’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AI 공약은 대부분 투자 유치, 산업 육성, 인재 양성 등 경제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AI를 악용한 딥페이크나 가짜뉴스, 일자리 대체나 군사적 활용에 따른 윤리적 문제, 개인정보 보호와 디지털 격차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명주 / AI안전연구소장>
“아무래도 선거 앞두고 우리나라 AI 산업의 부흥이라고 그럴까. 발전 쪽에 포커싱이 맞춰져 있다 보니까 규제 느낌이 들어가는 윤리나 안전 쪽은 이야기를 안 꺼내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성장이 오래 가려면 결국은 처음부터 안전 문제를 다루는 게 맞을 것 같고…
AI 공약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이번 대선.
신산업을 육성하고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기술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윤리 문제에 대한 논의도 꼭 필요해 보입니다.
CPBC 김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