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 대학 생명윤리학 교수 조셉 탐 신부가 5월 24일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이 마련한 회칙 「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생명의 문화를 위하여’에 앞서 교계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낙태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 피해 여성 위해 봉사·지원해야”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이 말하길 악의 배후에는 ‘좋아 보이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거짓말하는 이유는 이 거짓말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거란 착각을 해서라는 거죠. 낙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미명 아래 임신 36주차 태아까지 낙태되는 현실에서 로마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 대학 생명윤리학 교수 조셉 탐 신부는 “잘못된 이해를 고쳐나가기 위한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째 입법 공백이 이어지며, ‘비범죄화’된 낙태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 반포 30주년을 기념해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탐 신부는 “낙태논쟁에 있어 그러한 ‘확신’들이 대화를 방해한다”며 “대화에 앞서 상대방의 배경과 편견, 아울러 내가 지닌 편견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명의 문화’를 조성하는 데 ‘대화’가 필요하지만, 낙태 문제에서는 찬반 대립이 극명하다. 탐 신부는 “참된 회심은 진실에 있어 스스로도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태도로는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왜 낙태를 고려하는가?’ ‘낙태를 찬성하는 이들은 왜 그런가?’하는 고민에서 비롯된 대화는 ‘연대’로서 갈등의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다. 탐 신부는 “낙태는 항상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지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남성과 가족, 사회 시스템, 편견과 낙인, 입양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요인이 여성에게 낙태를 고민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낙태로 피해를 보는 여성들을 위해 우선 봉사하고 지원하는 교회적 실천이 낙태에 대한 일방적 비판보다 태아 생명을 구할 궁극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탐 신부는 “생명의 문화를 이끌어내는 데 모두가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탈렌트를 기반으로 누구는 묵주기도, 누군가는 생명교육·봉사활동을 하면서 진리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무고한 생명을 지키고자 한다면, 마더 데레사 성녀가 한 여성에게 ‘당신이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면 내가 키우겠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스스로 희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희생이 전제된다면 생명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