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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돋보기] 노동자의 생명은 헐값인가

이지혜 보나(신문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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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이 죽었던 일터, 김용균의 어머니, 김용균의 동료들이 김용균이 안치되었던 태안화력발전소 앞 장례식장에서 똑같이 모여 있다. 바뀐 것은 영정사진뿐?.”

2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49)씨가 작업 도중 숨졌다. 이곳은 6년 전 20대 비정규직 김용균씨가 사망한 곳이다. ‘태안화력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태안군 태안읍에 있는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외쳤다.

이번 사고는 김용균씨 사건 후 바뀌지 않은 하청구조와 2인 1조 근무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태안화력발전소 정비 업무는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위탁하고, 한전KPS는 소규모 하청업체에 재위탁하고 있다. ‘하청의 하청’ 구조는 비정규직의 비정규직을 불러왔고, 노동자의 생명은 헐값이 됐다.

앞서 5월 19일에는 경기도 시흥의 SPC삼립 제빵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일하다 숨졌다. 뜨거운 빵을 식히는 컨베이어벨트에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이 회사에서만 벌써 세 번째 사망사고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빵을 만드는 일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인가.

안전한 작업 환경을 위해 시행된 중대재해법이지만, 사고 발생 시 처벌은 더디다. 지난달 한 대선 후보는 중소기업중앙회 조찬 강연 축사에서 “(중대재해법 같은) 악법이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고 말했다.

SPC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PC 화면엔 갓 구운 크루아상과 치즈가 듬뿍 발린 베이글이 꽉 차게 뜬다. 그 위로 SPC 대표이사의 사과문 팝업창이 떴다. 팝업창 하단에 있는 ‘오늘 하루 보지 않기’ 버튼이 야속하다. 올해도 건강검진을 받았을 기업의 대표들에게 말하고 싶다. 기업 대표들의 건강이 소중한 만큼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도 같은 무게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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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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