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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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서 가족의 품 찾은 지안이

[카리타스, 희망이 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본지 희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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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이가 어머니 송정화씨의 품에 안겨 활짝 웃고 있다.

직접 낳은 두 아들과 입양한 막내 딸 키우는 민사욱·송정화씨 부부


“자녀 키우며 입양 필요성 느껴

출산만큼 길고 힘든 입양 과정
아이 맞을 준비 시키는 것 같아
두 아들도 하나돼 여동생 맞아

한 아이 더 입양해 넷 키울 계획”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가정집. 집으로 들어서면 여느 가정과 같이 어린 아이들의 사진과 추억이 가득한 흔적들이 눈에 들어온다. 올해 세는 나이로 세 살이 된 지안이는 이 집의 막내딸. 활발하게 집안을 누비며 새로운 물건에 호기심을 보이고 엄마·아빠에게 기대 칭얼거리는 등 여느 세 살배기와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지안이는 이 집 식구가 아니었다. 한 미혼부모에 의해 베이비박스에 놓여진 지안이는 10개월 전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산하 성가정입양원으로 가게 됐고, 이곳을 통해 이 가족과 처음 만나 적응기간을 거친 뒤 반 년 전 비로소 가족이 됐다.

개신교 선교사인 민사욱·송정화씨 부부는 이미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부부는 혼인 때부터 네 자녀를 갖고 싶어 했고, 생명을 품고 삶을 동반하는 입양에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40년 가까이 국내 입양 전문기관으로 가정과 생명의 가치를 전해오고 있는 성가정입양원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이다.

아버지 민씨는 “자녀를 키워보니 입양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우리 자녀들은 부모로 인해 가정에서 행복하지만 가정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 행복을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품고 있었던 마음을 전했다. 부부는 “모든 아이를 품을 순 없지만 주님께서 허락하신 아이를 자녀로 받아들이고자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입양절차를 알아보던 차에 성가정입양원과 연이 닿았고 지안이와 가족이 됐다.

지안이를 만나기까지는 복잡다단한 과정이 있었다. 한 아이를 품기 위해선 각종 서류는 물론이고, 위탁기관·보건복지부 관계자와의 상담, 가정법원 승인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정식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전 가정에서 같이 생활해보는 위탁 등 세부 절차도 거쳐야 했다. 한 생명을 품는 큰 책임이 따르기에 여러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절차 탓에 많은 부부가 입양을 포기하기도 한다. 베이비박스에 놓여진 아이는 대개 친부모 동의가 없어 입양도 어렵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안이의 경우 생부모의 편지가 놓여있어 부부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지안이는 병명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을 앓고 있다. 어머니 송씨는 “피부 박리증이 있어 여러 가정에서 입양을 포기할 만큼 상처를 입은 아이였다”며 “상담 선생님께서도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가정에 아이가 갔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우리 부부는 이 아이를 너무 데려오고 싶었고 기도의 힘으로 더 빨리 우리 가정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긴 절차였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아이에 대한 사랑도 더 깊어진다는 게 부부의 설명이다. 송씨는 “출산만큼 길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아이를 맞이할 준비를 시켜주는 것 같다. 내가 이 아이를 원하는 게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정말 간절하다면 견디게 된다”며 “부부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하나가 돼 지안이를 맞아들이게 됐다”고 했다. “지안이도 (모두의 사랑을 느꼈는지)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송씨 가족에게 지안이는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첫째가 변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지안이가 온다고 했을 때 떨떠름해 했는데, 이젠 첫째가 지안이를 더 예뻐할 만큼 변화했죠. 지안이도 ‘오빠, 오빠’하면서 잘 따라요.”

부부는 연을 맺을 때부터 네 자녀를 갖고 싶어 했다. 지안이 외에도 한 자녀를 더 입양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앞으로는 다른 가정도 이들처럼 행복을 누리지 못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2023년 국회에서 통과된 입양에 관한 특별법 때문이다. 기존 민간 입양기관을 중심으로 국내외 입양이 이뤄졌지만 오는 7월 19일부터는 입양대상 아동의 결정 및 보호를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이날 지안이의 경과를 지켜보고자 동행한 성가정입양원 원장 윤미숙(예수성심전교수녀회) 수녀는 “현장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행정 중심의 정부 관계자들이 입양사업을 직접 관장할 경우 자칫 아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정인이’ 사례와 같은 사회적 이슈들만으로 현장에서 역할을 해내는 입양 기관을 부당하게 낙인 찍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맞는 희년의 의미와 희망을 되새기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구체적 사랑 실천을 전합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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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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