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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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공동선을 향한 의료개혁

임선희 마리아(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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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맨몸으로 막아낸 계엄의 밤으로부터 정확히 반 년 후, 대한민국의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 대통령이 즉시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의료 대란으로, 해방 후 수십 년에 걸쳐 생겨난 만성적인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겠다며 전 정권이 무모한 정책을 시도했다가 치료는커녕 병이 크게 덧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중심으로, 모든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현장 의견을 반영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객관적 근거도 없고, 추진 과정 전체가 불투명했던 정책이 유발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운 생명체는 없기에 의료정책과 무관한 사람은 없고, 특히 우리나라 의료는 전 국민 의료보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의료정책의 영향은 그야말로 전 국민에게 미친다. 보험료를 내고 의료를 이용하는 시민이 규모 면에서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이지만, 대부분 의료 정책은 정부와 전문가 간의 논의로 결정된다. 의료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 참여를 강조한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서 다시 출발하자고 했을 뿐 새 정부가 보건의료 영역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은 딱히 드러나지 않아 취임 연설에서 거듭 강조한 실용성 정도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반면 가톨릭교회는 의료에 있어 확실한 지향점을 가지며 이는 의료를 다룬 여러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가 2016년 발표한 「새 의료인 헌장」이 있다. 헌장 7항은 “보건의료 정책과 재무행정을 책임진 사람들은 (중략) 경제적 자원을 분배하는 데 있어, 연대성과 보조성의 원리에 따라 정의의 의무를 실현하고 공동선을 보호·증진할 책임이 있다”고 했으며, 141항은 “건강 보호에 대한 기본적 권리는 정의의 가치와 관련된다. 이 가치에 따라 (중략) 시민 공동체는 보건의료 정책 분야의 결정을 포함하여 공동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가톨릭교회는 건강을 권리로 인정하고, 연대성·보조성·정의라는 윤리 원칙을 강조하며, 공동선에 기여하는 의료를 추구할 책임을 행정가뿐 아니라 공동체에 부여하고 시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이러한 권고에 따라, 우리는 공동체의 행복과 정의에 기여하는 의료가 무엇인지부터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건강권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권리로 인정하면 그것을 보호할 의무가 국가에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동선-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뿐 아니라 공동체가 지향하는 의료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의료제도를 잘 알아야 한다. 정부와 의료 전문가라는 강력한 이해 당사자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지향점도 없고 지식도 없으면, 시민은 단순한 의료 소비자가 되어 목소리 큰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에 끌려다니며 위험에 처하거나 이윤 창출에 이용당하게 된다.

우리 공동체는 경제 양극화에 이어 건강도 양극화되어버리는 등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가 아니라, 모두의 선이자 각자의 선인 공동선을 식별하고 추구하는 지혜와 용기가 이끄는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준비된 시민이 그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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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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