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김없이 피고 지고
Amdo Tibet, 2012.
야크 젖을 짜던 스무 살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지요.
이 초원의 꽃들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기를 바래요.
내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 삶의 목적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과 사랑으로 생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박노해 사진 에세이 「다른 길」 수록작
글·사진 _ 박노해 가스파르
※ 서울 종로구 통의동 ‘라 카페 갤러리’(02-379-1975)에서 박노해 시인 상설 사진전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