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소비녀회 의정부관구(관구장 김영옥 예수의 데레사 수녀)는 북향민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지원을 받아 남한 사회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공동체 ‘평화의 씨앗’(원장 진 마리앙즈 수녀)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 채 홀로 아파하던 북향민들은 이곳에서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이웃, 수녀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며 점차 고립에서 벗어나고 있다.
수녀회는 약 10년 동안 북향민들이 3~6개월 머물 수 있는 쉼터인 ‘꿈터’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북향민들이 남한 사회에 진정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하고 머물 수 있는 단기 쉼터이자 지원시설인 평화의 씨앗을 2022년 2월 경기 남양주시 별내에 새롭게 열었다. 사회복지 차원의 도움을 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동체를 이룰 장을 마련해 인격적 ‘동행’에 한층 집중하고자 한 것이다. 시설은 2024년 3월 의정부시로 이전했다.
평화의 씨앗은 북향민들에게 ▲생계·취업·장학금·후원품 지원 ▲정서적 돌봄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중단한 이들을 위한 의료적 지원 ▲출산, 주말 근무 또는 중국에 남겨진 자녀 문제로 잠시 출국해야 하는 경우 자녀 돌봄 등 일상에 밀착한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북향민 가정 간의 상호 연결은 물론 남한 주민들과의 관계 형성도 돕고 있다. 북향민들은 수녀들의 도움으로 서로 공동체를 이루고 지역 신자, 민족화해위원회 회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
비록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상식과 문화가 전혀 다른 사회에 적응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북향민은 경제적,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따돌림을 경험해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많고, 남한 사회의 그늘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사기를 당하거나 상처를 입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거나 은둔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평화의 씨앗에서 관계를 회복한 이들은 점차 사회 일원으로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울증을 앓다가 평화의 씨앗을 매일 오가며 호전된 한 주민은 신앙을 받아들이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자녀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발적으로 교리를 배워 오는 7월 초 세례를 받는 김 엘리사벳 씨는 본당 민족화해위원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마음이 쓰여서요’라며 지어주신 보약, 쫓기듯 사느라 꿈도 못 꾸던 여행, 명절 때마다 손수 만들어 주시는 북한 음식, 그 음식을 한자리에서 나눌 고향 사람들…. 수녀님들과 공동체의 온기 덕에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어요.”
2011년 남한에 온 장 미카엘 씨는 소통의 어려움과 노골적인 멸시 속에 한때 신앙생활마저 위기를 겪었다. 그는 “지붕 없는 집에서 비를 피하듯 살았던 제 인생이, 사랑과 믿음의 힘으로 주님 안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평화의 씨앗’이라는 이름에는 “평화라는 작은 씨앗이 높이 날아 북녘 땅에서도 꽃피고, 모든 이가 그리운 사람과 고향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진 마리앙즈 수녀는 “북향민들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사랑 안에 있는 존엄한 존재임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평화의 씨앗은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후원 계좌: 국민 793901-00-050720 (재)성가소비녀회의정부관구 평화의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