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자 한반도 분단 8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전히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또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수원교구가 공동 주관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심포지엄은 교회와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통일연구원의 박주화 박사는 평화가 우리가 성취해야 할 절대적 선이라는 확신은 평화교육에 오히려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추상적인 평화 개념을 가르치기보다, 평화를 가로막는 폭력의 작동 구조를 직시하고 해체하는 데서 평화 교육이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폭력의 구조를 해체하는 작업이야말로 평화 실천을 위한 확실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평화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사회와 직장·가정 안에서 차별과 혐오·배제의 언어를 일삼고 있다. 평화는 추상적인 이념이나 감상의 차원이 아니라, 일상 속 관계에서 실현되는 구체적인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말하는 평화는 과연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는 길인가. 이 질문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직면한 평화 담론의 본질을 꿰뚫는다. 평화는 뜬구름 같은 선언이 아니다. 이젠 추상적인 평화를 말하기보다 폭력이 사회와 제도,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성찰하고, 그것을 해체하는 평화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한국 교회는 6월 25일과 가까운 주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하고, 남과 북이 한 민족으로 화해와 일치를 이루어 평화에 이르기를 기도해왔다. 이러한 기도가 진부한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천적 평화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