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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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과 함께한 신협, 설립자 정신 잇는다

[이상도 선임기자의 톡(talk)터뷰]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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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 김윤식 회장이 신협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설립자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
조합원간 사랑과 결속 강조
고리사채 문제 해결 앞장

서민금융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성장


신협의 사회적 가치 인정한 교황청
2020년 프란치스코 교황 축복장 전달


신협중앙회 로비에 설립자 흉상 설치
매년 5월 1일 ‘선구자의 날’ 추모식 개최
자조·협동 신협운동 정신 되새겨



신용협동조합(신협)은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이다. 현재 전국에 860여 개의 조합이 있다. 신협은 ‘어부바’로 대표되는 금융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고, 2020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교황청으로부터 축복장을 받았다. 우리나라 신협의 역사는 1960년 메리 가브리엘라 수녀가 만든 ‘성가신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협중앙회 대전 본사에서 김윤식 회장을 만났다.

신협에 전달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복장

2020년 10월 22일 교구장 손삼석 주교가 부산교구청에서 김윤식 신협중앙회 회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 축복장을 전달했다. 축복장은 대전교구의 추천을 통해 성사됐고, 행사가 부산에서 열린 건 한국신협의 발상지가 부산이기 때문이다. 축복장은 신협이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중시하는 금융협동조합의 정체성을 지키고, 서민과 소외계층 등 약자를 돕고 금융혜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걸 교황청이 인정한 것이었다.

“축복장은 교황님이 수상자의 공로를 기리고 격려 메시지를 담아 축복하는 증표로 알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으로는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제가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취임 후 금융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한 8·15 해방대출, 어부바 효(孝) 예탁금 등 8대 포용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한 게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추천 과정에서 ‘우리랑 종교가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제가 불교 신자거든요. 하지만 당시 교구에서 ‘업적을 보고 주는 축복장인데 왜 종교를 따지느냐’고 해서 추천이 진행됐다고 들었습니다.”

설립자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

한국의 신협운동은 가톨릭을 모태로 하고 있다. 미국 출신 메리놀수녀회 메리 가브리엘라(1900~1993) 수녀가 1960년 5월 1일 당시 궁핍에 시달리던 한국 서민들에게 자선이 아닌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부산에서 성가신협을 설립한 게 시작이다. 또 다른 주역은 1960년 6월 26일 서울에서 두 번째 신협인 가톨릭중앙신협을 창립한 장대익(루도비코, 1923~2008) 신부다. 그는 조합원 간 사랑과 결속을 강조하며 ‘고리사채’ 문제 해결에 앞장섰다.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장 신부는 고향 신의주성당에서 복사를 설 때 수녀를 처음 만났고, 6·25전쟁 당시 피난지 부산에서 갓 서품을 받고 사제가 되어 수녀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캐나다 안티고니시에서 신용협동조합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세 번째 만났다. 선종 일도 5월 12일로 같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신협중앙회 1층 로비에는 설립자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 흉상이 설치돼 있다. 가브리엘라 수녀 흉상엔 “여기 이 분은 한국신협운동의 어머니이시다”, 장대익 신부 흉상엔 “여기 이 분은 한국신협운동의 아버지이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김 회장은 “설립자들이 추구했던 정신을 면면히 잇고 있다”고 밝혔다.

“신협중앙회는 성가신협이 출범한 5월 1일을 ‘선구자의 날로’ 제정했고, 매년 두 사람을 기리는 ‘신협 선구자 추모식’을 열고 있습니다. 기일에 꽃을 바치고 왔습니다. 두 분은 한국에 신용협동조합이란 씨앗을 뿌렸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자조와 협동이란 신협의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앞으로도 신협의 정신적 토대인 ‘신협운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선구자들의 뜻을 계승하겠습니다.”


 
신협중앙회 대전 본사 1층 로비에 설치된 설립자 가브리엘라 수녀와 장대익 신부 흉상. 흉상 앞에 이들을 기리는 꽃바구니가 놓여 있다. 가브리엘라 수녀는 1993년 5월 12일, 장대익 신부는 2008년 5월 12일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축복장을 전달받은 김윤식 회장과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빈국서 세계 4위 신협 강대국으로 성장

한국신협은 2024년 12월 기준 866개 신협과 152조 원 규모의 자산을 갖고 있다. 초기에는 가톨릭계 신협이 주축을 이뤘지만, 전국적인 서민금융기관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그 비중이 줄어 현재 가톨릭 명칭이 들어간 곳은 가톨릭명동신협 등 8곳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톨릭이 추구했던 정신은 신협에 면면히 녹아있다.

“전국에는 가톨릭은 물론 개신교·불교 등 종교계 신협은 물론 병원·개인택시 신협도 있습니다. 신협은 1960년 우리나라 최초의 순수 민간협동조합으로 태동한 이래 ‘사람이 먼저’라는 민본정신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사회적 경제 지위 향상과 지역사회 기여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협동조합의 정신은 종교계가 펼치는 나눔 정신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신협은 104개국에 자산 5358조 원, 7만 4634개 조합과 4억 1100만 명의 조합원이 일하는 국제적 조직이다. 한국신협의 규모는 세계에서 미국·캐나다·호주에 이어 4위, 아시아에서는 1위다. 지난해 7월엔 세계신협협의회 4연임 이사, 9월엔 아시아신협연합회(ACCU) 4연임 회장으로 선출되는 등 세계적 위상을 갖고 있다. 김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60년대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딛고 민간 주도의 신협 운동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합니다. 그만큼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세계신협협의회 코로나대응위원장’을 맡아 마스크 11만 3000장을 세계에 전달했습니다. 또 네팔·필리핀·몽골 등 개발도상국에 신협법 제정 및 예금자보호제도 신설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서예가에서 뚝심 경영인으로

김윤식 회장이 신협중앙회 회장에 취임한 건 2018년 3월 5일, 올해로 8년째다. 처음엔 신협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대학에서 재활의학을 공부했고, 군 제대 후엔 어머니 병시중을 들었다. 이 무렵 서예에 빠져 10년 수련 끝인 39살에 국전 초대작가가 되면서 화려하게 서예가가 됐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신협을 맡게 됐다.

“아버지가 하던 효성청과를 이어받아 경영하게 됐습니다. 신협과 인연을 맺은 건 1997년 외환위기 때입니다. 당시 전국 2000여 신협 중 절반이 도산할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아는 지인이 세림신협 이사장직을 제안했습니다. 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각서를 써줘 가며 출자금을 늘렸습니다. 경영성과가 나오면서 대구지역협의회장을 맡았고, 중앙회 이사를 거쳐 중앙회장에 선출됐습니다.”

취임 후 직원들에게 ‘취(醉)’라고 쓴 붓글씨를 나눠줬다. ‘미친 듯이 일해보자’는 의미였다. 그해 신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4245억 원을 기록했다. 이후 지금까지 매년 흑자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김 회장이 역점을 두는 일은 지역 사회 발전이다. 그 일환으로 시작한 게 우리의 종이 ‘한지 살리기’였다.

“지역 산업 활성화와 전통문화 보전은 신협의 의무입니다. 그래서 전주한지협동조합을 설립했습니다. 전주한지는 왕실에 올리던 진상품입니다. 최근에는 고종황제와 바티칸 교황 간 친서 복본에 사용되었고, 루브르 박물관 내 문화유산 복원에도 활용됐습니다. 조합이 개발한 한지를 경복궁 등 조선 4대궁과 종묘에 창호지로 지원했고, 취약계층 집수리 때 한지로 벽지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여은(如隱/숨은 듯 숨지 않은 것 같다)’을 호로 쓰는 김 회장은 ‘등고자비(登高自卑)’란 말을 좋아한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오른다’는 뜻인데, ‘높은 지위에 오를수록 자신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즘처럼 황금 만능주의가 위세를 떨칠수록 이런 마음가짐이 꼭 필요합니다. 신협은 65년 전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백 년에도 인간을 중심에 둔 가치를 추구하겠습니다. 기술 혁신만을 외치는 ‘디지털 금융’이 아니라 이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디지털 휴먼’을 지향하고, 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평생 어부바하겠습니다.”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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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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