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을 믿는 많은 국가에서는 오늘 미사가 끝나면 성광이라는 화려한 상자에 성체를 모시고 성체거동과 강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교황께서도 직접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성모 마리아 대성전까지 성체를 모시고 행차하고 강복을 한다.
이 행렬은 많은 사람이 참여해 축제처럼 이어지며, 예수 그리스도의 몸(성체)와 피(성혈)로 이루어진 성체성사의 제정과 신비를 기념한다. 이탈리아나 폴란드의 시골에서 성체를 모실 때 아이들이 뒤에서 따라가며 웃고 떠드는 것은 일상적인 풍경이다. 대도시에서의 성체거동이 화려하고 엄숙하긴 해도 오히려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필자도 어린 나이에 번쩍거리는 상자에서 나온 하얀 무엇인가를 나누어 먹는 성체성사가 무척이나 신기하게 여겨졌다. 철없는 아이의 호기심에 몰래 성체를 받아먹었고, 생각보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사실 가톨릭 교리로 이는 중죄에 해당한다. 가톨릭 신자라도 죄 중에 있는 이들은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는 성체를 모실 수 없다. 물론 주님께서 어린이의 호기심을 탓할 리 없고, 이를 잘 알고 있는 마음씨 좋은 신부님이 넉넉하게 봐주는 것임을 곧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은 음악에도 훌륭한 소재였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는 오페라 ‘카르멘’의 초입부에서 행진하는 군인들을 따라가며 부르는 아이들을 묘사했다. 비록 거리에서 지내는 아이들이지만 밝고 즐겁고 신난 모습은 어디서나 똑같다.
비제 카르멘 ‘거리의 아이들의 합창’
//youtu.be/WqzgxcOY6NI?si=VhO5iUxnix78PFC5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도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잘 그려냈다. 그의 불후의 명곡 중 하나인 발레곡 ‘호두까기 인형’은 아이들의 환상 속에서 벌어진 재미있는 여행을 그리고 있다. 원래 이 작품은 E. T. A.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이 원작이며, 당시로서는 생소한 악기인 첼레스타와 아이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나팔, 장난감 북, 장난감 뻐꾸기, 장난감 소총 등도 대담하게 사용하였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으로 손꼽히는 ‘꽃의 왈츠’를 주목해보자.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천진함과 순수함을 판타지로 수놓은 명곡이다. 발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누구나 한 번 보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전작품을 직접 관람하시길 강력하게 추천드린다.
뉴욕시티발레단이 공연하는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
//youtu.be/LKcZL8q1eBw?si=Jmhr-HDQOCs_meQv
작곡가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