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교도소 봉사 26년차인 장영숙씨가 교도소에 설치된 명예의 전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간 잠시 내어주는 게 전부
우선순위 교화가 아닙니다
하느님 자녀로서 동반하는 일”
“하느님 보시기엔 다 죄인이지 않을까요. 같은 하느님 자녀로 동반하는 거죠.”
지난 5월 초 의정부교도소에 10년 이상 봉사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예의 전당’이 세워졌다. 그 가운데 종교 단체로는 천주교 교정사목위원회가, 개인으로는 장영숙(데레사)씨가 20년 이상 봉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교도소와 인연을 맺은 지 26년 차인 장씨는 “특별할 것도, 내세울 것도 전혀 없다”며 “그저 시간을 잠시 내어준 것뿐”이라고 했다.
일면식도 없는 수감자를 위해 26년간 매주 빠짐없이 교도소를 방문한 그의 말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도소를 향한 것도 “어떠한 보상이나 명예를 얻기 위함이 아니다”라고 했다. 장씨는 “금전적 여유가 있어 실질적으로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기에 시간을 쪼개 함께하는 것”이라며 “하느님 자녀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먼저 봉사하던 자매를 따라 우연히 교도소에 발을 들인 장씨는 “첫 만남부터 위화감은 전혀 들지 않았고, 훈련소에 교육받으러 온 사람들처럼 느껴졌다”며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도해주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했다. 교도소 여자 접견실 앞에 놓인 성모상 관리도 장씨가 한다. 성모상 머리에 화관을 씌우고, 주변에 핀 장미를 전지하는 등 교도소 안팎에서 신앙의 향기를 전하고 있다.
봉사는 교리반과 레지오 마리애반, 성경 공부반으로 나뉘어 있다. 장씨는 레지오반에서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며 수감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세상에서 어떤 일을 범하고 왔을지라도, 장씨는 죄를 뉘우치는 그들 사이에서 하느님을 알게 하는 데 충실히 임했다.
“‘어떻게 오게 됐느냐’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느냐’ 등의 과거를 묻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들어주고, 함께 기도하는 게 전부입니다. 편지도 주고받는데, 대부분 지난날의 반성과 가족 걱정입니다. 그렇게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행동도 활발해지더라고요. 출소해서 고맙다고 밥 사주시는 분도 계시고요.”
의정부교도소 봉사 26년차인 장영숙씨가 여자 접견실 입구에 설치된 성모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장씨는 수감자와 동반 외에 성모상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장씨는 “봉사라 하면 위로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들을 통해 인생공부를 하고 있다”며 “교도소 봉사를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 시간만큼 힘에 부치는 상황도 생겼다. 잘 살라고 작별 인사까지 했던 사람을 다시 만나는 일이다.
“이곳에서 다시 볼 때 가장 힘이 빠집니다. 그렇다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숨 한 번 크게 들이쉬면서 삭히는 거죠.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해 오갈 곳 없는 상황을 보면 이해도 가지만 속상하죠.”
그럼에도 장씨의 우선순위는 그들을 교화시키는 게 아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같은 하느님 자녀로 그저 동반하는 일이다.
“여긴 흉악범은 오지 않습니다. 그래도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는 거겠죠. 우리는 다를까요? 다른 사람 눈에 안 띄고 법에 저촉되지 않았을 뿐이지 저마다 죄를 짓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엔 똑같은 죄인일 겁니다. 누군가의 죄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그저 힘닿는 데까지 신앙 안에서 함께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