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주민 센터가 그렇겠지만, 우리 센터도 이주민들의 인권 수호 및 정의 증진을 통한 하느님 나라 건설의 그리스도교 이상 실현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이주민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구제하는 방책을 찾고자 무척 고심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센터 일을 막 시작한 나는 한 태국인의 몇 개월 체불된 임금을 받게 해주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내 경험 부족과 사장의 비협조 등 여러 사정이 겹쳐 시간만 자꾸 지체되는 일이 생겼다. 그러자 그분이 무언가 결심한 듯 “선생님, 저 이제 그 돈 안 받아주셔도 돼요. 정말이에요. 그동안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고 정중히 인사하며, 평온한 표정으로 홀연히 귀국해버렸다.
그때 나는 한동안 닭 쫓던 개처럼 허탈감도 느꼈고,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컸던 만큼 그가 자신의 소중한 권리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바보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간이 갈수록 입장 바꿔 생각해보게 되었다. 오랜 기간 이주노동자로 해외에서 외화벌이하며 얼마나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을지, 또 당장 돈 몇 푼을 돌려받기보다 본국에서 기다리는 가족들과 재회할 생각에 얼마나 홀가분하고 기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올랐을지 상상이 되어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잘났건 못났건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의 주인공들이다. 하느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렇게 창조하셨으며, 아주 고유하고 내밀한 방식으로 친교를 나누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삶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존엄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침해되었다면 되돌려져야 한다. 같은 이유로 성 토마스 아퀴나스 이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려는 꾸준하고 굳은 의지”(「가톨릭교회 교리서」 1836, 「신학대전 Ⅱ」 58,1)를 정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활동이 정의로우려면 당장의 권리 구제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주인공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부모로서, 선생님으로서 누구를 보호하고 가르치고, 도와줄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해서 사람을 자꾸 주변화시키거나 객체화시켜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드라마 속 조연들처럼 꾸준하고 굳은 선한 의지로 주인공을 빛나게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오현철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