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1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시민 대행진’에 다녀왔다. 태안과 창원에서 동시에 개최된 이 행사에 많은 발전노동자와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시민이 함께 모였다. 노동자와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정의로운 전환’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발전노동자 총 고용’을 외쳤다. 소풍 가기 딱 좋은 날에 방방곡곡 시민들이 멀리까지 버스를 타고 와 노동자와 함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38년까지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소가 차례로 문을 닫는다.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된다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 할 수 있고 폐쇄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발전소 노동자들,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지역 사회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당장 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이들과 함께 살아가던 지역 사회 경제 역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발전노동자들이 일단 나만 살겠다고 발전소 폐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발전소가 폐쇄돼도 삶은 계속되기에 모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것,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발전소는 공기업일지 몰라도 노동자는 직접 고용인력과 하청노동자로 나뉜다. 발전소 폐쇄 후 정직원은 다른 발전소 혹은 비슷한 업종으로 업무배치가 될 수 있지만, 하청노동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각자도생’으로,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다.
다행히 대안이 아예 없진 않다. 에너지 산업 분야가 재생에너지로 대대적인 개편이 될 것이므로 이들이 이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의 길을 열어주면 된다. 문제는 현재 재생에너지 산업 대부분을 민간과 외국자본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민간은 시민이 출자하는 협동조합이 아니라 대기업 위주의 자본을 말한다.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태양광과 풍력 산업이 떠올랐다. 전기를 생산하는 주체가 민영화되면 이들의 이윤추구를 위해 전기를 구입하는 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일자리 역시 노동자의 고용보장과 안전보다는 기업 위주로 개편될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지 않기에 공공주도의 재생에너지 전환의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지난 노동자·시민 대행진에서 기후위기 시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시민들과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소리높여 정의로운 전환,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외친 것이다. 이는 당신의 주장과 나의 주장을 대립시키지 않고, 머리를 맞대고 함께 살 방법을 찾은 결과다. 여담이지만, 이날 집회에서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플라스틱 생수를 배포하지 않고 텀블러에 아이스티와 커피를 담아주었다. 어떻게 하면 ‘정의로운’ 집회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한 마음이 엿보였다.
노동자·시민 대행진 이틀 후 태안 발전소에서 김충현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고 이후 발전소 하청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며, 남은 우리는 더 이상의 희생자가 없는 노동환경을 위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함께 손잡고 가겠노라 다짐한다.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청원이 이제 시작되었다. 현장 집회에 함께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을 청원 동의(
https://bit.ly/공공재생에너지법청원)
에 함께 해주시기를,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