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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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주일 특집] “교황님이 스마트워치를?” 손목시계로 보는 교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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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자 교회의 반석,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 교황. 우리는 미사 때마다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교황의 행보를 접한다. 교황 주일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황의 나라 바티칸 시국에 깃든 신앙과 일상의 모습, 그리고 교황이 손목에 찬 시계를 통해 전통과 변화, 영성과 인간미가 교차하는 교황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본다.



“교황님이 애플워치를 차고 계시네?”


레오 14세 교황이 5월 9일 선출 후 첫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이 보도되자, 시계 애호가들이 술렁였다. 제의 사이로 ‘애플워치’로 추정되는 손목시계가 포착됐기 때문. 이후에도 교황은 선출 이전부터 사용하던 이 시계를 계속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전통적인 교황 복장에 스마트 워치를 착용한 모습에 언론도 주목했다. 여러 매체는 시계를 언급하며, 교황이 진보와 보수, 전통과 개혁의 균형을 이끌 인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교황의 시계가 화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원래 손목시계는 세속적인 시간 관리의 상징으로, 교황과는 거리가 먼 존재였다. 역대 교황들은 회중시계처럼 주머니에 넣어 사용하는 시계를 사용하곤 했다. 이 관례를 깨고 처음 손목에 시계를 찬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다.


그의 시계는 롤렉스(Rolex)의 ‘데이트저스트’ 모델이었다. 평소 검소했지만 시계만큼은 스위스 명품을 선택했다. 다만 롤렉스 중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모델이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일으킨 변화는 비단 시계만이 아니었다. 그는 ‘교황은 로마에 머문다’는 통념을 깨고 재위기간 129개국을 순방했고, 각 국 수장과 만나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했다. 그의 시계는 분주한 일정 속에서 실용적인 도구, 외교 무대에서는 품격을 갖춘 상징이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독일 명품 융한스(Junghans) 시계를 착용했다. 빨간 명품 구두로도 화제가 됐던 그는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교황의 시계가 고가의 제품이라거나, 또 시계 업체에서 홍보 효과를 노리고 선물했다는 등의 보도를 했다. 논란은 교황의 대담집 「세상의 빛」이 출간되면서 사그라들었다. 책에서 그는 “1960~1970년대에 나온 융한스 손목시계를 차고 있느냐”는 질문에 “누님이 세상을 떠날 때 저한테 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누나 마리아 라칭거는 2005년 교황 선출 당시 이미 선종했지만, 생전 남매는 매우 각별한 관계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계에는 그의 청빈한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위스 스와치(Swatch)의 ‘원스 어게인’ 모델로, 현재 국내 판매가는 8만 원 정도다. 교황은 2014년 한국 방문 때도 이 시계를 차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교황의 청빈은 시계뿐 아니라 그의 삶 전반에서 드러났다. 선종 시 교황의 재산은 100달러(약 14만 원)에 불과했다. 구매 당시 미화 50달러였던 그의 시계는 2022년 미국 장학재단의 요청으로 자선 경매에 출품됐는데, 무려 5만6250달러, 우리 돈으로 약 7300만 원에 낙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난’이 담긴 시계가 천 배가 넘는 열매를 맺은 것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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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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