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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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두(synodu) 사제들의 고충·고민 나눔, 시노드의 길을 찾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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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서 사제들이 본당에서 일어날 만한 다양한 사례의 갈등을 시노드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해결할 지 논의하고 있다.


두 번째 모임, 주제는 ‘관계와 소통’
전국 16개 교구 사제 50명 모여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서로 털어놓아 
행정과 역할에만 몰입하는 사목 폐단  

시노드 정신으로  
사제가 사목의 주체로서 
설명·공감 통해 함께 걷는 사목자 지향 
‘성령 안에서 대화’ 익히고 체험해야 




“레오 14세 교황님은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생각하셔?” “교황님이 새로 바뀌었으니 시노달리타스 이행 단계는 이제 끝난 거지, 뭐.”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노우재(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 신부가 최근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노 신부는 “시노달리타스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과제로만 여겨졌구나 싶었다”면서 레오 14세 교황이 6월 7일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강론에서 언급한 내용을 소개했다.

“제가 교황으로 선출된 저녁, 광장에 모인 하느님의 백성들을 바라보며 ‘시노달리타스’란 낱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시노달리타스는 성령께서 교회를 형성하시는 방법입니다.”(레오 14세 교황)

17~19일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센터에서 소속 교구, 서품 연차, 사목 분야가 서로 다른 전국 16개 교구 사제 50명이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한자리에 모였다. 주교회의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이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참석한 사제들이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춤추며 몸을 풀고 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 중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퀴즈정답을 맞힌 ‘동행’ 조가 기뻐하고 있다.


이들은 △관계를 돌아보기 △소통으로 나아가기 △시노드 교회를 살아가기를 주제로 ‘성령 안에서 대화’를 통해 조별 나눔 시간을 가졌다. 사제들은 주제별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경청했다. 3명의 사제가 발표한 후 2분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테이블 위에는 모래시계가 올려졌다.

사제들은 본당 공동체나 특수 사목지에서 동료 및 선후배 사제·수도자·신자들과 관계 맺기 어려웠던 순간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위계 중심의 교회 구조와 갈등을 회피하는 한국 사회 특성이 맞물린 채 고립된 환경에서 고독하게 사목을 이어가야 하는 현실을 공유했다.

“모든 관계가 항상 어렵고, 숙제처럼 느껴진다” “소통과 환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일이 우선되다 보니 늘 밀린다” “본당의 사목평의회 구조 자체가 시노드 정신을 저해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갈등과 어려움을 피하고 안정만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관계보다는 행정과 역할에 몰입하게 된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이번 모임에는 사제들의 친교를 위해 레크리에이션 시간도 마련됐다. ‘신오두(synodu) 신부의 고민, 시노드 스타일로 함께 풀어가기’(본당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시노드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나누는 시간), ‘폭싹 풀었수다’(퀴즈 프로그램), 성경 넌센스 퀴즈 등에 참여했다. ‘첫 음 듣고 성가 제목 맞히기’ ‘MZ 신조어 맞히기’ 등 세대 간 소통을 돕는 활동도 큰 호응을 얻었다. 사제들은 음악에 맞춰 몸을 풀고, 조별 대항 퀴즈를 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신오두(synodu) 신부의 고민’ 시간에는 본당 공동체에서 일어날법한 다양한 갈등 사례들을 어떻게 시노드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지 교구별로 모여 함께 고민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본당 신자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반목한다면?’ ‘본당 수도자와의 마찰로 어려움이 생길 때’ ‘본당 사목평의회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마지막 일정으로 19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전에서 정순택·옥현진 대주교와 박현동 아빠스 공동 집전으로 파견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전국 16개 교구의 사제 50명은 16~19일 경북 왜관 성 베네딕도 영성문화센터에서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참석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19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대성전에서 봉헌된 파견미사 강론에서 “권위주의적 성직중심주의는 지양해야 하지만 사제가 사목의 중심인 것은 불변의 사실”이라며 “사제가 교회의 중심에 있다는 것은 사제 개인의 에고(ego, 자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을 비움으로써 성령께서 자신을 채워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과거에는) 사목적 리더십 양 떼를 이끌고 앞장서 가는 것이었다면, 시노드 교회에서는 본당 공동체 안에서 친절한 설명과 공감을 통해 함께 걸어가는 사목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사제는 “성령 안의 대화가 하느님 뜻을 식별하는 과정이라면, 나눔 안에서 경청과 소통, 공감과 위로를 느끼는 것에 그치기보다 하느님 뜻을 식별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사제들의 나눔과 공감, 위로가 부각되다 보니 정작 ‘성령 안에서 대화’를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익히기에는 제약이 많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전례와 묵상, 나눔에 대한 안내와 행사 기획 및 준비는 5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들(노우재·박용욱·김영식·최문석·박찬홍 신부)과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담당 옥현진 대주교) 연구원들이 함께 맡았다. 이 선교사들은 2024년 4월 교황청에서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본당 사제’를 주제로 열린 국제 모임에 참석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에서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대의원으로 참여한 정순택 대주교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주교회의 대표로 ‘한국 주교회의 단계의 시노드 모임’을 이끈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도 사제단 일원으로 이번 전체 일정에 참가, 사제들과 어깨를 맞대고 대화를 나누며 경청했다.


 
인터뷰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시노드에 스며들어야


“시노드 정신은 한 번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시노드 정신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스며들어 삶이 되고, 그 삶이 이어져 문화가 되어야 합니다.”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에 참석한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이번 모임이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열린 만큼 사제들이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보다 지금 이 순간의 만남 자체에 집중하며, 서로 경청하고 공감하고 이해했던 시간이 사제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든 일정에 함께한 옥 대주교는 “사제와 신자뿐만 아니라 주교와 사제, 사제와 수도자 사이 관계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모든 세대 간 관계와 소통이 어려운 시대”라고 말했다.

“신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문화 속에 성장하고, 한두 명밖에 낳지 않는 가정 환경에서 경쟁 교육을 받으며 자랍니다. 그런 환경에서 젊은 나이에 사제가 되어 고독한 지도자의 삶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옥 대주교는 “가정을 꾸리는 이들은 남편과 아내, 자녀라는 삼위일체적 가족 구성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단점과 약점이 수정·교정되지만 사제들은 어렸을 때의 가정환경이 전부이기에 그런 면에서 열악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사제들 간 시노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옥 대주교는 시노달리타스 양성을 위한 시노달리타스 학교 및 조직 구성을 제안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것이 하나의 일시적인 붐으로 끝나선 안 되기에 인간적인 생각으로 조직을 구성하고 끌고 가려하기보다는 주교와 사제·수도자·평신도가 함께 성령의 이끄심 속에 식별하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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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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