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이 촉발한 전쟁의 그림자가 열흘간 지구촌을 덮었다. 가뜩이나 대륙별 전면전과 분쟁들이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앞세운 전쟁 당사국들의 무력충돌로 무고한 생명들이 또다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양국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했지만, 전쟁의 위협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반드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의 고통을 당장 거두기 위해서라도 모두가 ‘평화’를 향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평화를 ‘정의의 열매’라 가르친다. 전쟁은 결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침묵과 방관으로는 평화가 도래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평화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분쟁 당사자들이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고, 국제사회가 일관된 목소리로 중재에 나서도록 거듭 촉구해야 한다. 국내 정세를 넘어 국제 위기를 향해서도 시민과 교회가 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음으로 양으로 평화를 지원해왔다. 한국 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듯이 국제 가톨릭 단체들은 끊임없이 전쟁 지역 교회와 사제·수도자·평신도, 그리고 이웃을 후원해왔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한국 카리타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23개 지부를 두고 있는 교황청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 기구 ACN 등을 통해 매년 수천억 원대 성금으로 전쟁과 가난을 힘겹게 밀어내고 있다.
어느 때보다 교회는 지구촌 평화를 위해 기도를 바쳐야 한다. 미사와 묵주기도를 매일 쌓아 평화의 결실을 만들어내야 한다. 삶의 자리에서 갈등을 버리고 화해와 이해·관용으로 평화를 계속 건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