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라이프 유럽 대표이자 현장팀 디렉터 마리아 체르닌씨가 1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가진 한국 청년들과의 만남에서 프로라이프 유럽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낙태 고민하는 여성 어떻게 설득할지 등 폭풍 질문
거리에서 생명 운동하다 겪은 가슴 아픈 경험 공유
유럽 청년들, 낙태 비범죄화된 한국 상황에 특히 관심
“한국은 출산율이 매우 낮은 나라인데, 여성이 낙태를 고민한다면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까?”
“거리에서 생명 운동할 때, 마음 아팠던 경험은 없었어?”
“한국의 낙태는 어쩌다 비범죄화가 된 거야?”
그야말로 ‘폭풍 질문’이 쏟아졌다. 올해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주최한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 본상 수상자인 ‘프로라이프 유럽’ 청년들과 한국에서 생명운동을 펼치는 대학생들의 만남에서다. 같은 생명운동을 하는 프로라이프 유럽 청년들과 한국 젊은이들은 1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서로 궁금한 점을 여과 없이 나눴다. 이 자리에는 인천가톨릭대학교 프로라이프 동아리 라비타(LaVita), 서울가톨릭대학생연합 소속 의료계열 가톨릭 대학생연합회(의가대연) 학생 약 20명이 참여했다.
2019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9명으로 출발한 프로라이프 유럽은 오늘날 독일·오스트리아·네덜란드·리투아니아·포르투갈·스위스를 중심으로 대학생 137명과 일반 봉사자 300여 명이 참여하는 대형 생명운동 단체다. 이들은 “생명은 생명이다. 잉태부터 자연사까지 예외는 없다”는 원칙 아래 낙태를 반대하고, 유럽 지역에 ‘생명의 문화’를 퍼뜨리고 있다. 거리 캠페인·생명 교육 프로그램·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전파하면서도 특히 또래 젊은이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대화’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게끔’ 만들고 있다.
한국 학생들은 프로라이프 유럽 청년들에게 불편한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려는 한국 문화에서 어떻게 하면 ‘생명의 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놨다.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는 루스 스파르붐씨는 “거리에서 활동하다 보면 낙태를 찬성하고 우리 활동을 반대하는 이들을 만날 경험이 있다”며 “서로 생각이 달라도 분명히 건설적인 대화를 이뤄갈 수 있고, 이는 대화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논쟁이 아닌 ‘사랑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여성들을 설득할 방법에 대해서도 마누엘라 슈타이너(오스트리아)씨는 “저출생 문제는 사실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저출생 문제에서 논의되는 것이 여성의 일과 가정 양립인데,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립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주최하는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활동분야 본상을 수상한 프로라이프 유럽 청년들과 한국 대학생 청년들이 만나는 워크숍이 18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렸다.
생명운동을 하다 겪은 가슴 아픈 경험도 나눴다. 프로라이프 유럽 대표이자 현장팀 디렉터 마리아 체르닌(포르투갈)씨는 “생명대행진 중에 저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며 “너무 속상해 인근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있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이건 미움에 사랑으로 보답할 좋은 기회야’라고 여기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했다.
유럽 청년들은 한국에서 낙태가 비범죄화된 상황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한국 학생들이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후속 입법이 되지 않은 배경을 설명하자 매우 안타까워했다.
이날 청년들은 국적·나이와 관계없이 “용기를 얻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라비타 소속 김현정(미카엘라)씨는 “사람들 마음을 움직이는 생명운동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유럽 청년들과 대화를 통해 거창한 활동보다 ‘태아도 생명’이라는 목소리를 잘 전하는 것에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고 밝혔다.
의가대연 이홍주(요한 보스코, 고려대 의대 본과 3학년)씨도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꿈꾸면서도 생명 문화에 대해서는 깊이 성찰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에도 오늘처럼 생명 대화를 잘 나누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체르닌씨는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에 대해 “한국 방문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한국의 낙태죄가 없는 상황에 대한 아픔이 공감됐고, 힘든 상황에도 학생들이 끝까지 생명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고 큰 영감을 받았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