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찬양사도협회가 6월 28일 개최한 창립 18주년 기념 포럼에서 세션 2 ‘건강한 찬양 문화 생태계를 위한 여러 제안들’이 진행되고 있다.
기도의 언어이자 복음을 전하는 성가. 시대에 맞게 다양한 형태의 생활성가곡이 때마다 나오고 있지만, 신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생활성가는 20년, 길게는 40년 전에 멈춰있다. 생활성가의 활성화는 현실적으로 통용되기 어려운 저작권 문제까지 겹치며 한국 가톨릭교회의 숙원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에 가톨릭찬양사도협회(회장 강훈)는 6월 28일 서울 중곡동 주교회의에서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를 주제로 창립 18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저작권 문제와 현실
주교회의 성경 저작권 사용 규정 등 혼선
애매한 규정으로 보급에 어려움
전례에 맞는 성가 보급의 필요성 강조
영적 울림 담을 수 있는 음악 환경 조성돼야
지속 가능한 찬양 문화 조성 위해선
뮤지션들의 생계 가능한 장기적 관점 필요
체계적 교육·양성과 예산 투자 등 이뤄져야
문화 사목 아우르는 기구·조직 있어야
교회 현장에서
“찬양사도들이 부른 노래는 왜 성가집에 없어요?”
살레시오교육사목센터장 겸 선교위원장 유지훈 신부는 “살레시오 청소년센터 보호치료 시설에서 매주 열리는 성가연습 시간에 아이들은 지르고 싶은 만큼 목소리를 높이며 성가를 부른다”며 “이는 단순한 음악활동이 아니라, 영적 해방의 시간”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유 신부는 상처받은 청소년들마저 감동한 찬양사도의 곡들이 교회 전례 체계 안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찬양 문화는 복음을 접촉하게 하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에 제도와 현실 사이를 잇는 다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대교구 성음악아카데미 CCM 작곡과 교수 겸 본당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박하얀(에우세비아) cpbc TV 음악감독도 전례에 충실하면서 함께 부를 수 있는 성가가 부족한 현실과 오류·저작권 문제에 봉착해 있는 공식 악보 구입의 어려움 등을 토로했다.
애매한 저작권 문제
가톨릭교회의 성가가 각종 찬양집이 넘쳐나는 개신교에 비해 매우 제한돼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성가가 실려 있는 책의 출처와 악보 보급의 어려운 현실을 그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번 포럼 역시 2016년 주교회의가 승인한 ‘성가 작곡을 위한 성경과 전례문 등의 저작권 사용 규정’을 협회원 작품집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생긴 논란에서 시작됐다. 자신이 작곡·작사한 성가가 어느 순간 ‘주교회의’ 작사로 변경돼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품고서다. 성경 구절을 인용했기 때문에 작사는 성경의 저작권을 지닌 주교회의에 귀속된다는 이유다. 이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전문가들마저 복잡하고 애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영성지도 유상우(부산교구, 가톨릭대학교 교회법대학원 연학) 신부는 “저작권 사용 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항 안에서도 다른 논조가 발견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고, 애매한 규정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애매하다는 말은 권한을 가진 자의 해석이 자유롭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규정이 더 구체화되고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별 창작자가 저작권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정과 재정 등 복잡한 문제 앞에서 (사)인천가톨릭문화원이 나섰다. 저작권 문제 해결부터 출판·유통에 이르기까지 일괄 책임을 맡아 진행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사제중창단 ‘위로’ 대표 한덕훈(인천교구 대야동본당 주임) 신부는 “하지만 제작·검수·보관·유통·관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한 곳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보니 정확한 체계나 시장 점검이 불가능하다”며 “성가를 조금 더 친숙하고 편안하고 다양하게 보급할 수 있는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서라도 악보집 편찬 작업은 중요하다”며 “지면으로 만드는 책을 비롯해 전자책이나 애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접근으로 성가를 향유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한 신부도 “이는 한 개인이나 한 단체 정도가 착수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가 6월 28일 개최한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 주제 창립 18주년 기념 포럼에서 찬양사도들이 성가를 부르고 있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창립 18주년 기념 포럼이 6월 28일 주교회회의에서 ‘찬양 문화 생태계, 길을 묻다’ 주제로 열리고 있다.
찬양사도들이 말하는 현실
일부 사목자들은 성가가 활성화되기 위해 전례 안에서 수용될 수 있는 곡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가톨릭찬양사도협회 영성지도사제 신기룡(안동교구 예천본당 주임) 신부는 “말씀과 찬양으로 이뤄진 개신교와 달리 천주교는 성찬례의 중요성이 크고, 전례 시기에 맞게 움직인다”며 “성가도 전례에 맞는 보급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1세대 찬양사도 김정식(로제)씨는 “교회는 창작자들을 교리와 전례 안에만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더 많은 음악적 깊이와 영적 울림을 담을 수 있는 음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복잡한 가사 저작권 협의나 불분명한 정산 기준은 창작 의욕을 위축시키고, 실질적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교회가 창작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긍정과 실질적인 배려는 단지 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노래’를 통해 하느님 현존을 더 깊이 체험하는 통로를 여는 일”이라고 밝혔다.
가톨릭생활성가 찬양그룹 ‘열일곱이다’ 보컬 팀장 안두호(레오)씨는 교회 내 공식적인 매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 개별 인맥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는 찬양사도들의 열악한 현실을 전했다. 안씨는 “성가 음원 제작에는 예상보다 많은 비용과 기술적인 여건이 필요한데, 대부분 생업을 유지하면서 모든 과정을 찬양사도 개인이 감당하고 있다”며 △교구 차원에서 창작·음원 지원사업 도입 △성가 음원·악보·영상 아카이브 플랫폼 구축 △찬양사도와 본당을 연결하는 ‘쇼케이스 콘서트’ 추진 등을 제안했다.
‘디이에스 워십’ 리더 겸 프로듀서 김성빈(대건 안드레아)씨는 수원교구 WYD 발대미사 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밴드와 함께 부른 찬양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찬양뿐 아니라 음향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찬양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힘이 있고, 신앙의 깊이를 확장시킬 수 있다”며 “음향도 큰 몫을 차지하지만 개인 찬양사도 중 음향시설을 갖추고 활동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찬양사도 스스로도 신앙과 음악 사이의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찬양 문화 형성을 위해
저작권과 홍보·재정 문제 등 찬양사도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 ‘찬양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가족찬양중창단 신상옥 패밀리 신상옥(안드레아)씨는 “찬양 자체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복음의 전달자”라며 “신학·성서·역사·정치·경제 등 다양한 영역과 본당 단체들의 피정이나 신앙교육의 밀접한 연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속 가능한 찬양 문화를 위해 재능있는 뮤지션들이 생계까지 가능하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예산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이로물로(로물로) 미디어본부장은 “찬양의 범주보다 확장된 가톨릭 문화적 관점이 필요하다”며 찬양 문화의 발전 및 지속 가능한 구조를 위해 ‘교구 차원의 문화 사목 담당 부서’ 설치를 제안했다. 또 찬양을 비롯해 연관된 문화 사목을 아우르는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과 음악·신학·전례 교육을 포함한 가톨릭 문화의 리더 양성과정 확대도 제안했다.
강훈(바오로) 회장은 “오늘날은 교회 내 봉사와 더불어 시대상을 반영한 직업으로서 교회 음악가에 대한 공동체 전체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며 “찬양 전문가들은 음악적 소양이 커진 현대인들에게 가톨릭 영성이 깃든 성가들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교회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경 저작권은 비단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방송·출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활발한 선교를 위해 저작권은 주교회의가 가지되 창작자들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