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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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를 위한 희망의 집

[카리타스, 희망이 되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본지 희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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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자녀들이 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에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


주소도 이름도 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자녀들
1년간 보호하고 자립 도와

치유·취업 준비·자녀 비밀 전학
주거 지원·이혼 소송 준비까지
전문가·지역 사회와 협업해 해결


자녀 손을 잡은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누구는 막 쪄온 떡을, 또 다른 이는 화사한 꽃바구니를 들고 이곳에 들어선다. 여느 가정의 명절 풍경 같지만, 나눔의 기쁨을 맛보는 이들은 사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부른다. 모두 전 남편의 폭력을 피해 이곳을 거쳐 자립한 이들, 또 다른 이름은 ‘가정폭력 피해 생존자’들이다. 주소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이다. 1년 동안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시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에게서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작되기만 하면, 강도도 세지고 빈도도 높아져 결국 생명 위협의 파국으로 치닫는 가정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탓이다. 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 소숙희(안나) 원장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폭력의 피해자들을 세상 밖 희망으로 이끌고 있다.

소 원장은 “가정폭력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보다 개인 일로 치부되곤 하지만, 국가나 지역사회의 개입이 없으면 결국 살인사건으로 끝나는 경우가 매우 많다”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살해하거나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경우, 자녀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사건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폭력은 상대방이 예고하고 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365일 불안에 떨곤 한다. 소 원장은 “가정폭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심리·경제적 폭력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며 “이곳에 올 때쯤 피해자들은 우울증 등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다시금 희망의 불을 지피기 위해 소 원장을 비롯한 이곳 7명의 사회복지사는 일명 ‘어벤저스’가 된다. 심리·외상 치유, 취업 준비, 자녀 비밀 전학, 주거 지원, 이혼 소송 준비까지 피해자들이 다시금 자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전문가·지역사회와 협업하는 데 분주하다.
 
비공개 가정폭력피해여성보호시설 소숙희 원장.

소 원장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아들·딸 모두 지적 장애를 지닌 사례가 있었다”며 “미성년자 아들을 비밀 전학시킨 뒤 평소 위생 관리가 좋지 못해 치과 치료가 필요했던 엄마와 딸을 위해 지역사회 치과, 장애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원했을 때 매우 뿌듯했다”고 했다. 이때 구축해놓은 지원 시스템으로 이후 시설을 찾은 더 많은 피해자를 도울 수 있었다.

소 원장은 “가정폭력은 벗어나지 않고는 해결하기 힘들다”며 “자녀들이 가정폭력을 답습해 대물림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젊은 시절 남편에게 폭력을 당했던 여성이, 나이 들어서는 자녀들로부터 다시 폭력을 겪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소 원장은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을 벗어나 도움을 청하면서도, 스스로 가정을 포기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분명히 잘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폭력의 대물림을 막고 자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 한 번이라도 아이들이 폭력 상황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의 결과는 피해자인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에는 여러분의 새 출발을 돕는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구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희망은 고난과 고통, 위기 속에 숨겨진 나침반과도 같아요. 완결된 모습이 아니라는 거죠.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은 빈 몸으로 나온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이들입니다. 우리는 이들과 동행해 위로를 나누고 사랑을 전하는 과정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이 노력 자체가 우리 사회 희망의 징표가 될 것입니다.”

☞ 올해 희년을 맞아 본지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와 공동기획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순례자’로 희년을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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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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