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1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공동의 집’ 지구 위한 생태 칼럼] (1) 밥상의 순환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인간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지구 환경이 심각하게 쉐손되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며, 지구의 울부짖음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조물들의 현실, 그리고 창조질서 보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각 분야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글을 통해 살펴봅니다.



하지가 지나 감자를 캤다. 캐고 보니 알이 작다. 좀 늦게 심은 탓도 있겠지만, 퇴비 섞는 일을 게을리한 탓이다. 퇴비의 좋은 성분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흩어져버렸다. 이러니 감자알이 커지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보통 작물의 크기를 키우고 생육 기간을 당기기 위해 화학비료를 사용한다. 편하게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될 일인데 우리는 유기질 퇴비를 만들어 사용한다. 유기농으로 농사짓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학비료의 원료가 석유임을 알기 때문이다. 비료를 만들 때,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결국 우리가 먹는 먹거리 생산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요리하며 식생활 교육을 하던 나는 기후위기를 공부하며 기후활동가가 되었다. 먹거리 생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알고 농사를 해야겠다 마음먹었고 1년을 밭에서 매주 살았다.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김현숙 농부님 밭 한쪽에 작지만 내 밭이 생겼고, 공동 농사도 한다. 사계절을 지내고 밭에서 배운 것은 순환이다.


농사를 시작하며 시작된 변화는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밭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밭 한쪽 퇴비간에 붓고 톱밥을 잘 섞어둔다. 시간이 지나면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얻을 수 있다. 식생활 교육이 있는 날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도 챙겨가면 모두 묻는다. ‘왜요?’라고, 당연히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재미난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시간이다. 쓰레기가 다시 땅으로 돌아가 먹거리를 키우는 순환에 대해서.


벼농사를 하니 왕겨와 짚이 넉넉히 생겼다. 왕겨는 마늘과 양파밭에 뿌려두면 긴 겨울 따뜻한 이불이 되어 주고 수확 전까지 풀도 잡고, 햇빛도 가려주고 적당히 습도도 유지시키는 아주 훌륭한 ‘멀칭’(Mulching, 바닥덮기) 재료가 된다. 짚은 생강을 심고 덮어둔다. 땅에서 나온 것들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또 다른 순환은 우리 몸에서 시작된다. 우리 밭에는 생태화장실이 있다. 오줌을 따로 모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오줌은 그 자체로 아주 훌륭한 비료다. 비료의 3대 성분인 질소와 인, 칼륨이 모두 들어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오줌 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다. 미국의 비영리민간단체인 ‘풍요로운 지구연구소’는 ‘식물은 우리를 먹이고 우리는 그들을 먹인다’며 오줌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다시 땅으로 보내는 것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 농촌에서 흔하게 보던 장면이었다. 


기후문제가 심각해지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유를 깊게 파 보면 식량 문제가 드러난다. 식량 수출국들이 생산량 축소로 수출을 막으면서 수입국들은 곡물 가격 폭등과 식량난, 비룟값 상승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시리아 내전이다. 이로 인해 세계는 난민·식량·비료 문제를 겪으며 석유 기반 농업의 문제를 다시 확인했다. 


이런 위기 속에서 화학비료 없이 농사를 지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땅을 살리고 생물다양성을 지키고며 물도 절약하고 하천의 오염도 막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해법이 바로 생태순환적인 유기농업이다. 오줌을 버리지 않고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퇴비를 만들어 농사짓는 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글 _ 성미선 엘리사벳
가톨릭기후행동 운영위원으로, 인류의 가장 심각한 위기인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모여 맛있게 먹고 기도하며 사랑하자고 당부한다. 우리 농업 기반 채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지구여행자의 레시피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 양평의 김현숙 농부와 함께 공동체 ‘팀화요’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7-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7. 11

이사 62장 5절
신랑이 신부로 말미암아 기뻐하듯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