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이하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소개되며, 시노달리타스 구현의 강력한 도구로 권장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한국교회 안에서도 점차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6월 열린 ‘2025 시노드 교회를 위한 본당 사제 모임’의 설문 결과, 조별 ‘성령 안에서 대화’는 참가자의 78가 만족하는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같은 달 열린 제23차 소공동체 전국모임에서는 이 방식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다뤄졌고, 7월 5일부터 이틀간 열린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전반기 연수에서도 실습이 이뤄졌다.
시노달리타스 선교사들을 비롯한 교회 관계자들은 한국교회가 시노드 이행 단계를 살아가는 여정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왜 ‘성령 안에서 대화’일까. 그 원리와 기원, 한국교회 안에서의 흐름을 살펴보고 시노달리타스 선교사인 노우재(미카엘·부산교구 서동본당 주임) 신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망을 짚어 본다.
‘성령 안에서 대화’는
교회 역사 안에서는 사도행전 15장의 사도회의 장면처럼, 교회 공동체 안의 문제를 ‘성령 안에서’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습이 있어 왔다. 보편 교회 차원의 공의회들과 지역 교구·관구 차원의 여러 회의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안내 또는 규칙을 따르는’ 영적 대화는 1977년 캐나다에서 이를 개발하고 보급한 ISECP(이냐시오 영성 운동)가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이후 몇 년 뒤 벨기에의 또 다른 예수회 그룹은 ESDAC(공동 사도 식별을 위한 영신 수련)를 결성하여 ISECP와 연속적으로 공동 사도 식별을 지향하는 영적 대화의 양식을 개발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ESDAC가 써온 방식들과 더불어 최근 호주 전국 공의회(Plenary Council), 캐나다와 미국 지역 등에서 집단과 단체를 위해 사용하던 이냐시오 영신 수련 방법 등을 더욱 발전시켜 ‘성령 안에서 대화’를 대화의 방법론으로 채택했다.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개막과 함께 전 세계 교회에 보낸 예비 문서(Preparatory document), 편람(Vademecum) 등의 추가 자료를 통해 이를 영성적 대화 방안으로 안내하고, 전 세계 지역 교회가 경청 단계에서 적극 활용하도록 권고했다.
한국교회 확산 흐름
한국교회에서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제1회기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가 자료로 제안됐으나, 아무런 경험이 없던 상태에서 그 의미와 가치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제2회기가 전개되면서 서서히 물꼬가 트였다.
제1회기 본회의에 한국교회 대표로 참석했던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가 주교단과 내용을 나눴고,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준비를 위한 젊은이 양성 과정 등 교구 여러 단위에서 시도됐다. 제2회기를 위한 한국교회 답변서 작성 과정에서도 이 방법이 사용됐다.
2024년 9월 열린 ‘시노드를 위한 한국교회 본당 사제 모임’은 확산 계기가 됐다.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를 위한 본당 사제 국제 모임’에 참석했던 6명의 시노달리타스 선교사 사제들을 중심으로, 전국 각 교구 사제들이 ‘성령 안에서 대화’를 깊이 있게 체험했다.
이는 군종교구와 춘천교구 등의 사제 연수와 모임 등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됐다. 이 외에도 여러 세미나와 심포지엄에서 성령 안에서 대화를 진행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원리와 방법
‘성령 안에서 대화’는 자신의 생각이나 입장을 쏟아내며 이뤄지는 대화가 아니다. 일반적인 대화와 가장 다른 점은, 성령께서 내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지 듣고, 그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참석자들과 나누면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경청이 중요하다.
대화의 신학적 바탕은 ‘신앙 감각’이다. 신앙 감각은 ‘올바른 그리스도교 교리와 실천을 파악하고 그에 동의하며, 잘못된 것을 배척하도록 해주는, 복음의 진리에 대한 본능’을 뜻한다.
아울러 이 대화는 나와 너에서 ‘우리’로 넘어가는 공동체 차원의 대화다. 개인적 차원을 없애지 않고, 이것을 인정하면서 공동체 차원에 포함시킨다.
대화 과정은 세 번의 나눔으로 이뤄지는데, 모임 전 참가자들은 성찰과 개인적 묵상으로 공동 식별을 준비한다. 첫 번째 나눔에서는 자신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의견을 나눈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보다, 체험의 나눔이라 할 수 있다. 각자 발언 후에는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가진다.
계속해서 두 번째 나눔에서는 다른 이들의 발언 중에 무엇이 가장 깊은 울림이 있었는지 나눈다. 나눔을 마치면 다시 침묵과 기도 시간을 갖는다.
세 번째 나눔은 ‘함께 이룩하기’다. 발언들에 나타난 핵심 사항을 확인하고 공동 작업의 열매에 대한 동의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이다. 가장 자주 언급된 것을 열거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고, 소수 의견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의미를 찾는 ‘식별’이 요구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