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6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서울대교구 최광희 보좌주교 임명] 삶과 신앙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속 깊은 아들, 어느 사람이든 존중으로 대하던 어른, 가장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려 애쓰는 사제. 서울대교구 새 보좌주교로 임명된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만난 이들은 최 주교의 삶이 ‘겸손과 배려가 녹아 있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라는 말씀에 의탁해 사제의 길을 걸어 왔고, 또 주교의 길을 걸어갈 최 주교의 삶과 신앙을 들여다본다.



사제가 된 착한 아들


최 주교의 어머니 이연복(데레사) 씨는 최 주교가 어려서부터 “점잖고 어른스러웠다”라면서 “‘싫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고, 부모의 관점에서 헤아리려 하고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었다”라고 최 주교의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어린아이라면 싫은 것도 있고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최 주교는 투정을 부리는 법이 없었다. 최 주교는 도리어 부모의 어려움을 먼저 생각해 행동하곤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전주교구 숲정이본당에서 세례와 첫영성체를 받고, 성당을 다니면서부터는 더 반듯한 성품으로 성장해 나갔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예비신학생 모임을 다니며 성소의 씨앗을 키웠고, 성당에서 성체조배를 하며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최 주교가 딱 한 번 부모의 반대를 무릅쓴 일이 있었다. 바로 진로를 결정할 때였다. ‘사제가 되고 싶다’라는 최 주교에게 아버지 최동준(보나벤투라) 씨는 “좋은 학교에 갈 실력이 되는데 왜 신학교에 가느냐”라며 반대했다. 최 주교는 그런 아버지의 반대를 깊은 대화로 풀어 나갔다. 처음에는 반대하던 아버지 최 씨는 깊은 생각과 뚜렷한 주관으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하는 최 주교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돌렸다.



경청하는 존중하는 ‘스승님’


최 주교는 어려서부터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곤 했다. 어린 시절 집에 손님이 오시면 자리를 피하는 보통 아이들과 달리, 최 주교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있곤 했다. 친구나 동생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은 물론이었다. 덕분에 동생과도 한 번도 싸우지 않고, 늘 친했을 정도로 우애가 좋았다.


최 주교의 동생 최현주(엘리사벳) 씨는 “(오빠가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매나 동생이 있는 집을 부러워한다는데, 저는 오빠가 너무 좋아서 그런 불만을 가진 적이 없었다”면서 “늘 제 말을 잘 들어주고, 배려해 주는 오빠였다”라고 말했다.


사목현장에서 최 주교를 만난 이들도 경청하는 최 주교의 모습을 기억했다. 최 주교의 경청은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존중과 배려가 담겼다. 후배 사제들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도 함부로 말하는 일 없이, 존댓말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존중했다. 그리고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해, 그리고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가장 오랜 시간 사목을 한 가톨릭청년성서모임 청년들에게 최 주교의 별명은 ‘스승님’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최 주교는 고민이나 어려움을 나누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항상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노력했다. 청년들은 그런 최 주교에 존경과 친근함을 담아 장난스레 ‘스승님’이라 불렀다.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들은 지금도 스승의 날이면 ‘스승님’ 최 주교에게 연락하곤 한다.


최 주교의 서품 동기이자 로마에서 함께 유학한 김남균 신부(시몬·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부관장)는 “최 주교님은 늘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무슨 일이건 솔선수범하는 분”이라면서 “제일 젊은 주교님이시기도 하고, 젊은이들과 호흡하고,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분이기에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젊은이와 교류하는 다리 역할을 해줄 것 같다”라고 기대를 전했다.




문화로 소통하는 사목자


최 주교의 경청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최 주교는 늘 세상의 다양한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곤 했다. 학창 시절에도 그랬고, 신학교에서도 연극부를 비롯해 다양한 부서활동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어머니 최 씨는 “다른 아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는데, 최 주교는 어릴 적부터 정치·경제·사회·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보곤 했다”라면서 “고3 때도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을 두기에 ‘학생이면 공부해야지 다른 데 신경을 쓰느냐’라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성품이 사목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갖추게 해주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세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던 최 주교는 문화를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또 교회의 이야기를 세상 전하고자 진력해 왔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 일하면서는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쳐왔다. 최 주교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던지 부서 직원들에게 “일 좀 그만 받아오시라”라는 타박 아닌 타박을 받기도 했다.


문화홍보국에서 최 주교와 함께 일한 진슬기 신부(토마스 데 아퀴노·문화홍보국 부국장)는 “최 주교님은 제가 후배임에도 언제나 존댓말을 써주는 배려 가득한 분”이라면서 “개인보다는 교회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참 일꾼이시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성경에 진심인 신앙인


모든 사제가 그렇겠지만, 최 주교는 특별히 더 ‘성경에 진심’인 사제였다. 성서학을 전공한 최 주교는 성경을 어떻게 잘 풀어내면 신자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늘 고민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방식은 최 주교의 방식이 아니었다.


최 주교가 청년성서모임을 지도할 당시 개정한 청년성서모임 교재는 지금도 수많은 청년이 말씀에서 힘을 얻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성경과 예술을 접목해 <바이블 갤러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신자들이 말씀을 더 가까이 받아들이도록 돕고자 애썼다.


최 주교와 청년성서모임 연구부 활동을 한 윤지은(다미아나) 씨는 “주교님은 늘 청년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 주시면서, 바쁜 중에도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시간을 내주셨다”라면서 “주교님께서는 훨씬 지식도 많고 혼자 하는 것이 더 편하셨을 텐데도, 늘 청년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주셨고 그걸 교재 제작에 반영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 주교 자신이 말씀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었다. 최 주교는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라는 자신의 서품성구처럼, 말씀에서 힘을 얻고, 말씀과 늘 함께하려고 노력해 왔다. 최 주교는 매일 독서·복음 묵상을 SNS에 올린다. 누구를 가르치거나 무엇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 주교 스스로 성경을 묵상하기 위해서다.


최 주교는 “제 서품성구는 공동번역에서는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로 번역되는데, 하느님께서 제게 해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라며 “성경 말씀은 제게 삶의 힘이 되고 하루하루를 살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5-07-1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7. 16

마태 5장 5절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