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님은 최광희 신부님을 서울대교구의 보좌주교이자 엘레판타리아 디 마우리타니아(Elefantaria di Mauritania)의 명의 주교로 임명하셨습니다. 새 주교님으로 임명되심을 축하하며 새 주교님께 필요한 모든 은총이 풍성히 내리기를 침묵 속에 기도하겠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7월 8일 오후 7시 서울대교구청에서 신임 보좌주교 임명 소식을 발표하면서, 가장 먼저 최광희(마태오) 주교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기도로 시작된 최 주교의 임명 발표와 이후 모습을 전한다.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신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본당 규모에 따라서 1보좌, 2보좌 신부님들이 계신 본당이 있었습니다. 아주 큰 본당은 잠시 3보좌 신부님까지 계셨던 기억도 납니다. 네, 서울대교구 4보좌 인사드리겠습니다.”
최광희 주교는 마치 처음 본당 보좌신부 발령은 받은 새 신부가 본당 신자들에게 인사하듯이, 주교로서의 첫인사를 전했다. 최 주교의 재치 있는 인사에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주교는 “새롭게 주교님이 되신 분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항상 준비된 분들이고 꼭 맞는 옷을 입으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임명 소식에) 제게 맞지 않는 옷이 눈앞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면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은 저를 위한 기도를 간절히 청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신자분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사회 곳곳의 아픔과 괴로움들을 들을 때마다 예수님의 애달파 하시는 마음과 당신의 눈동자를 떠올린다”며 “교구장님 뜻에 따라 교구가 일치된 모습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작은 발걸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최 주교의 임명을 축하하며 “교구에 새롭고 젊은 주교님을 보내주신 것에 거듭 감사하면서, 서울대교구가 교구장님을 중심으로 혼연일체가 돼서 이 시대에, 한국 사회에 빛과 소금으로 나아가는 그런 새로운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예방
발표 후 최 주교는 서울대교구청 교구장 접견실을 찾아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최 주교를 맞이하며 “최 주교님을 하느님께서 선택해, 우리 교회를 위해 큰일들을 함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기쁨을 전했다. 또한 “(최 주교가) 준비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준비를 넘어서서 일하시는 분”이라며 “(우리의 역할은)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격려하고 최 주교에게 「주교예절서」를 선물했다.
최 주교는 주교 임명 다음날인 9일 구요비 주교와 함께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주교관을 찾아 전임교구장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젊은 주교님이 나오셔서 더욱 기쁘다”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를 위해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였을 때 특히 최 주교님이 희망의 전달자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 주교의 사제 서품 성구인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를 친필로 적은 성경책을 선물하며 “이 말씀처럼 주교님도 ‘세상 끝 날까지’(마태 28,20) 우리와 함께해 달라”고 격려했다.
예방을 마친 최 주교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대성당으로 이동해 제단 위에 안치된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2027 서울 WYD’ 준비로 분주
만 47세로 한국 주교단에서 가장 젊은 최 주교는 임명 후에도 ‘2027 서울 WYD’ 준비 일정으로 분주했다.
최 주교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과 함께 WYD 특별기획단 회의를 진행했다. 최 주교는 대표단과 함께하는 5박6일 간의 빼곡한 회의 일정에 더해 신임 주교로서의 여러 일정을 동시에 소화하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동안 교구 문화홍보국장으로서 2027 서울 WYD 준비에 함께해온 최 주교에게 축하를 전하기 위해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 대표단은 주교 임명 발표 현장을 찾기도 했다.
이경상(바오로) 주교는 주교 임명 발표 자리에서 “함께 생활하고 일하면서 곁에서 보면 최 주교님은 항상 주어가 ‘최광희’가 아니라 ‘하느님’으로, 교회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후배고, 또 제가 신학교에서 가르친 제자였던 분인데, 마음속으로 든든하게 생각했고, 존경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차대한 과제 중 하나인 2027 서울 WYD를 함께 준비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