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에 재수감된 뒤, 첫 아침으로 감자와 치즈빵을 먹었다는 소식이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옥중 첫 식사도 함께 소환됐다. 케첩과 치즈가 딸린 식빵, 모닝빵과 두유였다고 했다. 이 내용으로 카드 뉴스를 만든 언론사도 있다.
그야말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다. 전직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찐감자와 치즈빵을 먹었다는 사실이 국민들이 몰라서는 안 될 ‘알 권리’일까. 한때 최고 권력자가 지금은 고작 감자와 치즈빵을 먹는다는 기사를 통해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소박해진 식탁을 통해 그가 얼마나 초라해졌는지 전하고 싶었던 걸까. 이는 감자와 빵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감자와 빵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감자를 수확하고, 빵을 구워낸 숱한 생산자와 노동자의 노고가 있다.
문득 2007년, 신정아 전 교수가 떠올랐다. 그는 예일대 학력 위조에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불륜 스캔들로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다. 신 교수가 입원 중인 병원에서 간병인이 그가 먹은 식판을 들고 나오자, 기자들이 반찬 뚜껑을 열며 무엇을 얼마나 먹었는지 물었다. 간병인이 “아, 왜 이러세요?”라며 응수하는 모습이 뉴스 화면에 비쳤다.
삼복더위에도 인간은 먹어야 산다. 끼니때가 되면 입에 밥이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밥 타령이 아니다. 먹는다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행위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존엄이다. 음식을 통해 한 인간의 몰락을 조롱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권력을 누리던 이의 몰락을 음식에 빗대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지난 4월, 주교들이 현장 체험으로 비정규 노동자 쉼터 ‘꿀잠’을 방문했다. 활동가들이 수박을 내왔는데, 기자들이 촬영을 멈추지 않자 한 주교가 자상하게 한 말이 떠올랐다.
“먹는 건 찍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