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의장을 맡은 독일의 경제학자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언급했다. 드론·사물인터넷·인공지능·3D 프린팅·가상현실·빅데이터·자율주행 자동차·블록체인·양자 기술 등 놀랍도록 진보한 이 시대의 과학기술은 현대 문명의 커다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류 역사에서 문명이 혁명적으로 전환된 시기는 여러 번 있었다.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이를 세 가지 물결로 표현했다. 첫 번째 물결은 빙하기가 끝난 약 1만 년 전 신석기 시대에 시작된 농업혁명이다. 구석기 시대부터 200만 년 넘게 사냥과 채집으로 떠돌아다니던 인류는 정착생활을 하며 곡식과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문명이 시작되었다. 물질적·기술적 측면인 문명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정신적·사회적 측면인 문화의 발달을 가져왔고 인류의 야생성은 사라졌다. 농업을 의미하는 agriculture라는 단어 속에 문화를 의미하는 단어인 culture가 들어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물결은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하여 유럽으로 확대된 산업혁명이며 이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다. 세 번째 물결은 20세기 후기 산업화 사회에서의 정보혁명(디지털 혁명)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변화 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의미가 큰 것은 농업혁명일 것이다. 인류사에 등장하는 초기 문명들은 농업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농업은 인간이 먹고사는 원초적 문제를 해결해주는 가장 기초 수단이기에 농업혁명이 없었다면 뒤이은 문명의 진보도 없었을 것이다.
농업이란 인간에게 식량이 될 수 있는 자연 상태의 식물과 동물 그리고 토지와 물 등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생물이 지닌 에너지를 인간에게 유용한 상태로 전환시키고 모으는 과정이다. 곡식들은 탄수화물 같은 유기물을 생산하여 태양의 빛에너지를 인간에게 유용한 화학에너지로 전환시켜준다. 이러한 과정은 식물의 엽록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인 광합성에 의해 일어나는데 놀랍게도 식물이 포도당 1분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공기 중에 0.03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산화탄소 분자 6개와 뿌리에서 흡수하는 물 분자 12개가 전부다. 여기에 태양의 빛에너지가 가해지면 엽록체 내부의 여러 효소에 의해 탄수화물인 포도당이 합성된다. 단순해 보이는 이 광합성 작용은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를 먹여 살리는 근본이다.
그러나 아직 첨단 과학기술로도 흉내 내지 못하는 것이 빛에너지를 전환시키는 식물의 놀라운 능력인 광합성이다. 단지 인간은 식물을 통해 빛에너지를 수확할 따름이며 그 일의 최전선에 농민들이 있다. 21세기에도 농업혁명은 진행 중인 것이다.
이번 7월 셋째 주일은 한국 교회가 제정한 ‘농민 주일’이다. 지금 농촌 상황은 농촌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농업 개방화에 따른 농가 소득 불안정, 기후 변화 등으로 날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때 이른 폭염에도 묵묵히 땅을 일구고 수확하는 우리 농민들을 위해 마음 모아 기도해야 할 이유다. “땅이 있는 한 씨 뿌리기와 거두기,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창세 8,22)
전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