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7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설] 요셉의원 이전, 더 가난한 이들 향한 새로운 파견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고 선우경식 원장이 설립한 무료 진료소 ‘요셉의원’이 영등포 쪽방촌에서의 진료를 마치고 서울역 인근으로 이전한다. 1987년 신림동에서 문을 연 요셉의원은 개원 10년 후 영등포 쪽방촌으로 자리를 옮겨 60만 명 환자들을 품었다. 신림동 시절 환자들이 주로 가난한 주민이었다면, 영등포에서는 알코올·마약 중독자·결핵 환자·출소자 등 오갈 데 없이 병들고 지친 이들을 만났다.

요셉의원은 진료비를 낼 수 없는 환자들을 하느님이 보내주신 선물로 받아들였고, 그 정신은 130명이 넘는 의료 봉사자들의 헌신으로 이어졌다. 접수 창구, 약국, 주방, 이발, 목욕을 돕는 다양한 봉사자들도 이곳을 거쳐 갔다. 수도회에 입회한 이들도, 사제가 되길 꿈꾸던 신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마음의 상처까지 어루만지며 회복과 자활의 날개를 달아줬다.

쪽방촌 주민들은 요셉의원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행려인들의 눈물은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어떻게 동행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요셉의원이 떠난 자리엔 눅진한 냄새와 곰팡이 낀 허름한 쪽방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요셉의원’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공동체는 따뜻한 인술을 통해 하느님 사랑을 새겼다. 영등포 재개발로 쪽방촌은 새롭게 탈바꿈하겠지만, 도시가 숨긴 고립된 빈곤의 현장에서 실천한 그리스도인들의 사랑은 행려인들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이제 요셉의원은 서울역으로 간다. 더 많은 노숙인이 밀집해 있는 서울역 주변에서 새로운 소명을 시작한다. 진료 종료 감사 미사를 주례한 홍근표 신부의 말처럼 가난한 이들을 저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다. 더 가난한 이들을 향한 새로운 파견이다. 영등포 쪽방촌에서 선우경식 원장이 시작한 사랑의 인술이, 새로운 공간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7-2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7. 27

시편 84장 5절
행복하도다. 주님의 집에 사는 이들! 그들은 늘 주님을 찬양하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