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베텔에서 꿈을 꾼다. “그가 보니 땅에 층계가 세워져 있고 그 꼭대기는 하늘에 닿아 있는데, 하느님의 천사들이 그 층계를 오르내리고 있었다.”(창세 28,12) 그리고 주님께서 그 위에 서서 말씀하셨다.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으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켜 주고, 너를 다시 이 땅으로 데려오겠다. 내가 너에게 약속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않겠다.”(창세 28,15)
야곱은 주님을 만난 그곳을 ‘하늘의 문’이라 했다. 그분이 살아 계심을 믿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함께 키워가는 곳. 경기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있는 죽전1동 하늘의 문 성당(주임 박영훈 요한 사도 신부)을 소개한다.
성모님의 기쁨과 고통, 벽에 새겨지다
크고 높은 고개라는 뜻의 ‘대치고개’로도 불렸던 죽전(竹田). 고개의 끝에 자리하고 있는 하늘의 문 성당은 그 이름처럼 하늘과 가깝게 맞닿아 있다. 하늘을 향해 물줄기가 뻗어나가는 듯한 디자인의 성당 외관. 그 줄기를 세어보니 7개다. 하늘의 문이신 성모 마리아를 주보로 모시는 본당은 성모님의 ‘칠고(苦) 칠락(樂)’의 상징을 외벽에 새겼다.
하늘을 향한 7개의 벽은 원죄 없으신 동정 마리아께서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천주의 성모로 인정받고, 예수님을 세상에 낳으시어 성모님이 되신 등의 7가지 기쁨을 상징한다.
또 하늘을 향해 숙이고 있는 7개의 벽을 통해 성전에서 시메온의 예언을 들으신 고통, 아기 예수를 안고 이집트로 피난 가신 고통, 소년 예수님을 성전에서 잃으신 고통 등 일곱 가지 고통(七苦)을 기억할 수 있다.
외벽 색은 흙색이다. 땅 속에 묻혀 있는 무덤을 표현하고자 외벽 타설 시 안료에 돌가루를 섞어 색을 냈다. 신자들은 성모님의 기쁨과 고통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하느님의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늘의 문 성당은 2013년에 경기도건축문화상 사용승인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대지면적 1984㎡, 건축면적 991.98㎡ 규모의 성당은 성모님의 일곱 가지 고통과 일곱 가지 기쁨을 빛의 명암을 통해 표현했을 뿐 아니라 건물 전체적으로 비대칭과 비정형성을 드러내 종교 건축물이 가진 근엄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한 실험정신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수님의 부활을 매일 체험하는 성전
성당의 외관은 디자인 측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으나 그 안으로 들어오면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성물들로 더욱 빛이 난다.
성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십자가는 여느 성당 십자가와 다르다. 벽에 붙어있지 않고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있다. 성 다미아노 성당에 걸려 있는 십자가에서 착안한 다미아노 십자가는 12세기 시리아 수도자에 의해 그려진 비잔틴 양식의 이콘이다.
요한복음에서 이미지를 가져온 이 이콘은 영광의 신비가 잘 묘사된 것이 특징이다. 가시관 대신 영광의 관을 쓰고 있는 예수님. 승리를 거둔 그리스도의 몸은 어두운 배경과 대조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다. 예수님 발아래 4명의 성인 중 2명은 각각 의사와 약사의 주보성인 고스마와 다미아노 성인을 그린 것도 인상적이다.
신자들이 보는 십자가의 반대편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승리를 의미하는 예수님과는 반대로 수난의 예수님이 제대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위에는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최후의 만찬이 그려져 있고,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는 장면도 아래에 있다. 창세기부터 최후의 만찬까지를 하나의 이콘에 담은 것이다. 예수님 발치의 검은 해골로 표현된 아담의 해골은 인류를 의미하며 예수님의 몸을 타고 흐르는 보혈은 인류의 죄를 사하심을 상징한다. 미사 중 성체, 성혈 거양 시 사제가 성작을 높이 치켜들면 예수님의 피가 성작 안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흰 배경 안에 걸린 이콘 십자가와 성당 외관 벽을 그대로 옮긴 제대는 심플하면서도 미사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 예수님과 성모님에 대한 상징이 적은 것을 아쉬워하자, 미사가 끝나고 기도를 하고 있던 한 신자가 제대 위 천장을 보라고 손짓한다. 제대 오른쪽 끝에 다다라 고개를 들자 성전 안에서 가장 보물같은 공간을 눈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집모양의 벽을 따라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 가느다란 빛을 받고 있는 이 자리는 예수님이 부활하고 남아있던 빈무덤의 현장을 보여준다. 신자들은 성전, 즉 빈무덤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매일 체험하고 있었다.
빈무덤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성전 문을 열자, 아름다운 색을 입은 성모님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형형색색 스테인드글라스로 창문에 새겨진 승천하시는 성모님은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을 따뜻한 미소를 맞이한다.
예수님의 부활하심을 체험하고 승천하시는 성모님이 인자한 미소로 신자들을 맞는 성당 안에서는 조용히 기도하는 짧은 순간만으로도 따뜻한 신앙의 온기가 채워졌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빈무덤에 모인 사람들은 구원의 기쁨을 만끽하며 하늘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