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왜 세상에 그리 많은 병이 있고 고통이 있어야 하는지. 왜 세상에 그리 많은 눈물과 한탄과 비참이 있어야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조심스럽게 가만히 들여다봐도 그리 많은 욕심과 잘못도 큰 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왜 하필 나여야 할까?” 이런 끝없는 질문으로 아픔과 괴로움 속에 자신과 주님을 미워하며 무너져내려 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픈 이들은 힘차게 당신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미처 눈을 뜨지 못한 작은 생명도 가녀린 손을 들어 하늘을 향합니다. 몸을 부수는 고통이지만 땀에 젖은 묵주 알은 오히려 단단해져만 갑니다. 세상 사람들의 주님을 향한 비아냥거림에도, 고통 중에 터져 나오는 신음에도 그들은 아름다운 기도문을 담습니다.
아마 그들은 알고 있나 봅니다. 그 어떤 고통 속으로도 비워낼 수 없는 주님의 존재. 짙은 절망 속에서도 지울 수 없는 주님 현존. 황량한 공허함 속에 들리는 주님의 음성.
이제 한 가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이는 아픈 이들의 꺾이지 않고, 꺼지지 않는 주님을 향한 오롯한 마음을 통해서입니다. 그들의 상처와 눈물이 우리의 나약한 마음을 주님께로 인도합니다.
아픈 모든 이들은 하얀 옷을 입은 순교자들이 아닐까요? 우리 선조들이 박해와 싸우며 붉은 피 - 붉은 옷으로 하느님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었습니다. 아픈 이들은 고통과 싸우며 하얀 신앙 - 하얀 옷으로 당신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묵시 7,14)
이들을 우리 곁에 보내주신 하느님께 찬미 드립니다. 아픈 모든 이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들을 통해 우리의 무디어졌던 신앙이 다시 견고해지고, 멀리 떠나 있었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소리를 내어 그분을 찾아봅니다.
그들의 눈물로 우리의 메말랐던 신앙이 다시 생기를 얻고 싹을 틔울 준비를 합니다. 아픈 이들 - 백색의 순교자들 하느님 존재를 밝히는 고귀한 선물들입니다.
조성동 신부 서울대교구 병원사목위원회 중앙보훈병원(준) 본당 주임 겸) 국립경찰병원 원목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