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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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진단] 공항 말고 공존, 파괴 말고 생명

오현화(안젤라, 가톨릭기후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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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부산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지연·좌초 우려에 대해 “걱정하지 마라”며 추진을 재확인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공사 난도가 높아 정부가 제시한 공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공사를 포기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 건설사들이 철수를 결정한 것은 단순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무리하게 84개월 동안 공사를 진행할 경우 안전과 품질을 저해하지 않는 공항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사 주체가 기술적으로 무리라고 결론을 내린 사업을 대통령은 오히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나서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뿐만이 아니다. 새만금 신공항과 제주 제2공항도 정권을 넘어가면서도 끈질기게 추진되고 있다. 이들 공항은 △인근에 다른 공항이 있고 △기존 공항의 활주로를 확장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공항을 짓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공항 부지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이며 △조류 충돌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항 건설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는 국토교통부에 보완요청을 하지만, 애초에 보완될 사안이 아닌 데 어떻게 보완되고 어떻게 동의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래도 기존의 불합리와 부조리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기대는 있었다. 무지막지한 생명파괴를 다른 부정의들과 함께 묶어서 생각했기에 이번은 좀 달라지리라 생각한 걸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기어코 위험 부담을 안고, 조 단위의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환경을 철저하게 파괴하면서까지 공항을 짓겠다는 욕망 앞에서 숨이 막힌다.

공항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힘을 모아 끈질기게 저항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부산의 김현욱 선생님은 피켓을 들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새만금 신공항을 반대하며 세종 환경부 앞에서 이어가던 천막 농성은 전북지방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검토에 맞춰 전주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구순이 가까운 문정현 신부님은 지난 3월부터 나무에 글을 새기며 전북지방환경청 앞의 농성장을 지키고 계신다. 여러 활동가가 시간과 마음을 내어 이들과 함께한다. 기나긴 저항을 가능하게 해주는 손과 손이 이어지고 있다.

이 여름 잠깐 서 있어도 숨이 막히는 폭염에도 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가 부산에서, 전주에서 열리고 있다. 고양이 손이라도 보태는 마음으로 집회에 함께하고 구호를 외친다. 7월 30일 전북지방환경청 앞 집회에서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촉구하며 10명의 시민이 삭발했다. 만질만질해진 동료의 머리를 보며 “그래도 깔끔하니 예쁘다”고 속없는 말을 하다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보지 않는가. 피부가 나무색이 되어버린 문 신부님은 공무원들과 나라를 향해 호통을 치지만, 아직 물렁한 나는 꺼이꺼이 울다 온다. 이 여름이 지나고 찬 바람이 불면 부디 한 숨 돌릴 소식이 있기를 기도한다. 그때까지 남은 힘을 그러모아 소리 높여 외친다. “공항 말고 공존! 파괴 말고 생명!”





오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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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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