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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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진 남녀 갈등’ 교회의 역할을 말하다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 펴낸 조민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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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페미니즘’ 주제로 가톨릭평론에 연재한 글 엮어

“남·여·성소수자 모두 서로 돌보며 성장하길 간구하는 기도

서로 다른 경험·생각 나누고 토론·대화하는 마중물 됐으면”



한국에선 몇 년 사이에 남녀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남녀가 대립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양상은 폭력과 억압을 낳으며 극단으로 치달았다. 조민아(마리아, 미국 조지타운대 신학과) 교수는 이러한 갈등 국면에서 교회의 역할을 고민했다. 교회가 어떤 입장으로 어떻게 복음을 전해야 할지를 질문했다. 그는 고민과 질문을 교회 안팎의 구성원과 나누기 위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계간지 가톨릭평론에 ‘가톨릭과 페미니즘’이란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고, 최근 이 글을 엮어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가톨릭 전통과 페미니즘의 만남」(삼인/1만 9000원)을 펴냈다.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조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원래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데, 이 책은 좀 더 알리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했다”면서 “이 책이 서로 다른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페미니즘과 여성신학의 논의를 풍부하게 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페미라는 단어만 들어도 무조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조심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고요. 토론 진행자 입장에서 글을 썼어요.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들이 토론하고 대화하도록 이끌어야겠다는 마음으로요.” 그는 “내 주장을 덜 밀고 나가더라도, 서로 다른 구성원이 경청하고 대화하게 해주는 글을 쓰려고 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여성신학의 논의를 일상의 언어로 녹여냈다. 여성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개념을 이해하도록 설명했다. 독자들이 여성신학을 자신의 삶과 연결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의 끝머리마다 생각해 볼 질문을 남겨놨다. 그는 “여성신학은 남성의 목소리만이 지배하는 교회에서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함께 살아남을 현실을 만들려는 제안”이라며 “교회 구성원 모두가 파스카 신비 속에서 현존하기위해 서로 돌보며 성장하기를 간구하는 기도”라고 했다.

그가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 약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생 때부터였다. 전교조 해직사태가 한창이던 때, 그의 담임도 교실을 떠나야 했다. 담임 선생님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주말에 친구들과 연세대 앞에서 만나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 중에 경찰과 대치하다 보니 밀리고 밀려 명동성당까지 오게 됐다. 명동성당 앞엔 웬 시커먼 아저씨 부대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 아저씨들은 무슨 노조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분들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긴 흰옷으로 갈아입고 성당으로 들어가더라고요.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었어요. 흰옷은 제의였죠. 그때 너무 인상 깊었어요. 약자들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아요.”

조 교수는 독실한 감리교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감리교 목사였다. 사춘기를 신앙에 대한 반항과 함께 겪으며 교회를 멀리했다. 그러다 마주친 정의구현사제단은 그에게 신앙을 다시 바라보게 해줬다. 신학을 전공하게 된 건 집안 분위기상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감리교신학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인권단체에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석사과정을 밟았던 듀크대 성당에서 가톨릭 성삼일 전례에 참여하면서 그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체험했다.

조 교수는 “머리로만 알던 신학이 가슴으로 들어온 게 느껴졌다”면서 “이후 개종을 고민하게 됐고, 가톨릭교회 전통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앙과 신학, 삶과 배움의 일치를 위해 수도 성소에도 관심을 가졌다.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정말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이 정직하지 않은 것 같았죠. 미국 성심수녀회에 입회해서 3년을 지냈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기도했던 시간이었어요.”

그는 조지타운대에서 6년째 구성신학과 영성신학을 가르치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 미혼 여성, 가톨릭 신자로 사는 그는 미국에서 소수자다. 자신은 물론 학생들을 통해 소수자가 마주하는 현실을 매 순간 겪으며 그는 소수자를 환대하고 소수자에게 열린 교회를 꿈꾸고 있다. 조 교수는 책에서 “교회는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권리와 상호존중으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면서 “교회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낡은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의 변화를 도모할 전향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추천사를 써줬다. 강 주교는 “인류 역사의 가장 오래된 관행과 체제를 변화시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상당한 인내와 회심의 내공을 필요로 할 것 같다”면서 “남자와 여자가 온전히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동반자가 되는 일은 하느님의 종말적 구원에서야 완성될 것”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일면식도 없던 강 주교님께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진심으로 답을 해주셨다”면서 “추천사가 제겐 큰 힘이 되었기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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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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